연말정산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이번 연말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는 중산·서민층 직장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정부 여당이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잠시 회피하기 위해 ‘분납을 하겠다’, ‘간이세액표를 개정하겠다’는 등 조삼모사식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의 화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분노는 21일자 본란에서도 지적한바 있지만 이번 연말정산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재벌들의 감세, 서민 증세로 인해 부글부글 끓던 민심이 연말정산을 계기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는 세제혜택을 주고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은 증가시켰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재벌과 대기업 등 부자감세가 시작돼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박근혜 정권 들어 담뱃값 대폭 인상과 연말정산 방식으로 인해 민심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세금 많이 내서 억울한 게 아니라 재산 많은 부자들, 기업들에겐 세금을 깎아주면서 서민 가계를 더 궁핍하게 하는 정부에 대한 노여움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요구사항은 ‘서민증세 중단’ ‘부자감세 철회’다.
우리나라 중산층과 서민층을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소식이 있다. 20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 증세 등을 통해 빈부 간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 회복의 과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중산층을 살리자”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재정 적자가 줄어들며 산업이 부흥해 혹독한 경기후퇴에서 벗어나는 이 시점에 앞으로 누구를 살려야 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중산층을 위한 경제나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다는 말도 했다. 고소득층 자본소득과 배당이익 최고세율을 레이건대통령 시절처럼 28%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부자증세를 실시했다. 집권 전반기 15%에서 23.8%로 올렸다. 물론 중산층을 배려하는 이면에는 다음 선거 때 자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정치적인 의도도 있을 수 있다. 공화당의 비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한국 중산·서민층은 빈부차가 극심한 한국도 부자증세를 하자는 여론이 대세를 이룬다. 미국민이 돼서 오바마에 투표하고 싶다는 네티즌도 있다. 조세형평문제는 이제 더 외면하고 늦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