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예부터 장수의 표본으로 여겼다. 또한 눈서리를 이기고 지키는 푸른 기상은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 불굴의 충절를 상징한다. 그래서 참대 매화와 함께 차가운 겨울철에 돋보이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소나무는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예기(禮記)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사시사철을 통해서 잎을 갈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기백이 겨울철에 드러난다. 그러므로 100가지 나무의 으뜸이라 해서 백목지장(百木之長)으로 칭송해 왔다’고.
애국가에도 나와 있는 소나무는 5천년 우리민족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물질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도 줬다. 정중하며 엄숙하고 과묵하며 고결하며 기교가 없고, 고요하며 항상 변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우리 강산에 잘 어울린다고 해서 민족의 나무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이런 사실은 수많은 시와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결같이 소나무의 변하지 않는 굳센 절개와 눈바람·서리를 이겨내는 지조, 민족의 기상,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정경이 소재로 되어 있다. 시조에서 수없이 읊어진 글은 말할 것도 없고 신이 그린 그림으로 알려진 신라 진흥왕 때 솔거의 황룡사 ‘노송도 (老松圖)’를 비롯, 김정희(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에 이르기 까지 소나무를 소재로 한 유명한 그림은 셀수도 없다.
생활 속에서도 소나무는 우리와 매우 각별했다. 귀한 먹거리와 심지어 땔감까지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소나무의 최대 가치는 역시 목재다. 그래서 귀하게 여겼다. 왕실 또는 귀족들의 관재로 삼기 위해서 각별히 보호도 했다. 이름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속이 황금색이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최고급재 황장목(黃腸木)을 비롯, 경상북도 북부지방과 강원도 태백산맥에서 나는 춘양목(春陽木)등등.
귀한 만큼 관리도 특별했다. 화랑도가 소나무를 처음 조림하기 시작한 신라때부터 지금까지 귀중한 임산자원으로 인정되어 보호가 계속 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소나무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3년 안에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니 ‘국가적 재난’이나 다름없다. 방재와 대책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