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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 곧 나시면 푸실 데 없사오니……’, ‘화증(火症)을 덜컥 내오셔’ ‘그 일로 섧사오시고 울화(鬱火)가 되어시더니’, ‘그 6월부터 화증이 더 하사 사람 죽이시기를 시작하오시니’. 정조의 모친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모두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특별한 병증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서 화증은 지금의 화병을 말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세자에게는 두려워하는 병이 있었고 세자 자신은 화병이라 했으나 영조는 차라리 ‘발광(發狂)한 것’이라 했고, 사관(史官)의 말로는 증(症)이 발하면 역시 본성(本性)을 잃는다”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증세와 함께 불안, 절망, 우울, 분노가 일어난다는 화병.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질병이다. 198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의료원의 한 정신과 의사가 그곳 한국인 교포 여성 중 자신이 화병에 걸렸다고 믿는 3명의 환자를 치료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화병이 한국의 문화연계증후군’, 즉 한국문화에서 비롯된 특유의 질병이라는 내용이다. 그 후 각종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이 병을 ‘한국민속증후군’이라 분류하고 질병 분류표에 Hwa-byung(화병, 火病)이라 정식으로 표기했다.

한의학 전문가들은 ‘화병’이라는 병명은 한의학의 전통 문헌에서 독립된 질병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다고 해서 화병(禍病)이라고 한다. 또 일부에선 한자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로 ‘홧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이기도 하다. 울화란 화가 쌓여 울(鬱), 즉 답답해진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울화가 쌓이면 기(氣)와 열이 머리 위로 올라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전신으로 번진다고 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여러 방향으로 어지럽게 번져 인체의 한 부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 몸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거엔 화병이 여자들에게 많았다. 특히 가족의 심리적 갈등과 충격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이런 한국인 화병이 최근 여성뿐 아니라 남성, 직장인, 학생들에게서도 발견되는 등 급증한다는 보도다.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감정일기’ 쓰기도 유행이라고 한다. 일기 쓰기 습관은 이래저래 좋은가 보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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