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고현장을 찾던 아버지의 모습에 늘 안타깝기만 하던데, 그렇게 너그럽게 베푼 마음이 태어날 손녀와 당신 아들에 고스란히 전해져 좋은 곳에서 편히 눈감을 겁니다.’ ‘whtmznfzja’라는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 지난 10일 새벽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하던 강모씨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어 숨졌다.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해오던 그는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임신 7개월의 부인을 위해 화물트럭 운전을 하면서 뒷바라지해 왔다.
그는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집으로 가던 중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크림빵 아빠 사건’이라고 부르며 이른 바 ‘네티즌수사대’를 꾸려 번호 판독 및 특이점, 여러 사진과 함께 분석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올리는 등 범인 검거를 적극 도왔다. 그리고 취중 사고를 낸 뺑소니 사건 범인은 자수했다. 자수를 결심한 그의 용기, 자수를 설득한 아내의 정의로운 판단에 죄의 유무를 떠나 인간적인 동정심이 생긴다.
그런데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것은 피해자 강씨 아버지의 언행이다. 아들을 죽인 피의자를 용서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보도에 따르면 강씨의 아버지는 피의자가 자수한 청주 흥덕경찰서를 찾아 피의자를 위로했단다. 그는 피의자에게 “(자수를)잘 선택했다. 위로해주러 왔다”고 말한 것이다. 예로부터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세상 인간사에서 가장 큰 슬픔은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이다.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단장(斷腸)의 아픔’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인간의 경우는 말할 필요가 없다.
강씨의 아버지는 사건 발생 이후 매일 ‘단장’의 슬픔을 겪었을 것이다. 비명에 간 아들을 그리워하며 겪었을 그 고통의 무게와 크기를 우리는 감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아버지가 피의자가 갇혀있는 경찰서를 찾아가 용서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강씨는 “잡히지 말고 자수하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며 “언론을 통해 자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식구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위로받아야 할 자신보다 아들을 죽인 피의자를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참 존경스럽다. 성자(聖者)가 따로 없다. 그래서 아직 살만한 이 세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