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생선 ‘간재미’. 가오리 사촌이다. 가오리 중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지칭하는 간재미는 사계절 잡힌다. 그러나 요즘 잡히는 겨울 간재미를 최고로 친다. 그것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월부터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육질이 얇고 질겨지며 뼈도 단단해져 특유의 오독오독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음력 설 무렵 입맛 돋우는 겨울 제철 별미인 간재미는 생으로 무쳐 먹어야 제 맛이다. 또 생으로 무쳐 먹는 이유가 있다. 간재미는 간혹 오해(?)를 사는 생선이다. 가오리목의 또 다른 생선 ‘홍어 새끼’니, ‘작은 가오리’라고 불러서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홍어는 상온에 두면 피부에 쌓여 있는 요소가 암모니아 발효를 일으켜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홍어는 그 덕에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간재미는 안 그렇다. 상온에 두어도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오래 두면 상할 뿐이다. 발효가 워낙 적게 일어나 가끔 말린 것에서 큼큼한 발효향이 날뿐이다. 간재미를 삭혀 먹지 않고 대부분 생으로 먹는 이유 중 하나다.
사투리로 ‘갱개미’라고 부르는 당진이나 서산 등 충남 일대 해안 포구엔 간재미 회무침 간판이 내걸린 식당들이 요즘 성시를 이룬다. 이들 식당에선 막걸리에 씻어낸 간재미를 마늘과 고추장, 참기름에 식초 양념을 한 후 미나리와 쑥갓, 양파, 오이 등을 넣어 무쳐낸다. 새콤하면서도 졸깃하고, 오독오독한 맛이 그야말로 별미다. 막걸리에 씻는 이유는 비린내를 잡으면서도 꼬들꼬들한 맛이 더 살아나서라고 한다.
동의보감엔 간재미의 효능에 대해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도와준다고 해 ‘익인’(益人)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간재미가 최근 웰빙 생선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장기능을 향상시키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불포화지방 등 영양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이 알려져서다.
특히 간재미의 물렁뼈 성분이 척추 및 관절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새롭게 조명도 받고 있다. 간재미의 뼈엔 다량의 황산콘드로이틴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같은 성분이 연골의 손상을 막아주고 연골재생, 퇴행성관절염의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박치기왕 김일 선수는 은퇴 후 간재미를 매일 먹고 관절염과 신경통증을 치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제철인 간재미도 먹고 건강도 챙길 겸 주말 서해안 나들이도 괜찮을 듯싶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