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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이야기]비혼과 저출산

 

우리나라의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평균 1.71명을 크게 밑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를 내걸며 산아제한정책을 국가적으로 펼치던 때가 불과 40여년 전인데, 이제는 아이를 많이 낳자는 정책을 펼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한번 떨어진 출산율은 좀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일 열린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에서는 ‘2006년 이후 5년 단위의 1·2차 저출산대책 기간 동안 많은 투자를 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정부가 저출산 대책비로 지출한 규모는 2006년 2조1천445억원에서 작년에는 14조8천92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 9년간 총 66조원을 저출산 대책비로 썼다는 것인데 출산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즉 한 해 출생아 수가 2006년에는 44만8천200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43만6천500명으로 되레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9년 동안의 저출산대책이 왜 작동되지 않았나 검토해 봐야 한다. 작년 저출산대책 예산을 보니 전체 예산 14조8천927억원 중 보육에 들어간 돈이 10조3천974억원이라고 한다. 이는 그동안 ‘낳기만 하십시오, 국가가 키워 드립니다’라는 구호에 기반하여 국가가 키워주는 데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국민들이 아기를 많이 낳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여성들이 이기적이 되어 아기를 낳지 않는다며 여성을 탓하기도 한다. 아기를 낳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이는 여성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합계출산율을 구하는 산식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출생아수를 계산하는 것인데, 이 가임기간에 속하는 여성들에게 결혼을 늦추거나 결혼을 기피하는 만혼 또는 비혼(非婚)이라는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남녀의 결혼시기는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2000년 각각 29.3세, 26.5세였던 남녀 초혼연령이 2013년에는 32.2세, 29.6세로 3세 정도 높아졌다. 이러한 추세는 자녀출산과 직결되는데, 20대에 결혼한 여성이 평균 2명을 출산하는 데 반해 35∼39세에 결혼한 여성은 0.8명만 낳는다고 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여성들에게 취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 된지 오래라고 할 만 큼 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에게 최대관심사는 취업인 시대이다.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해도 고용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위에 올라가려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결혼을 미루거나 시기를 놓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여성들에게 결혼은 남편과 시댁 그리고 자녀출산과 양육이라는 과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비혼을 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대 후반부터 떨어졌다가 40대가 되어야 다시 회복되는 M자 형태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고, 더욱이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는 시점이 점차 30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여성들에게 취업과 결혼, 그리고 저출산은 총체적으로 맞물린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OECD 국가들의 출산률과 여성고용률의 관계를 보면 여성고용률이 80%대에 달하는 노르웨이,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는 출산률도 높은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여성고용률이 60%에 못 미치면서 출산율도 낮게 나타난다. 이는 여성 고용률을 높이면 출산율도 올라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정부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보육 등 기혼여성의 추가출산에서 ‘초혼연령 낮추기’로 전환한다고 한다. 정부차원에서 만혼문제를 저출산의 주요원인이라고 판단하고, 만혼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육과 출산지원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고용·주거·교육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함께 통합적으로 접근하기로 한 것 같아 기대를 갖게 한다. 앞으로는 출산율 제고 그 자체만을 보고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률을 올리는 동시에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출산율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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