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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벼와 피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개미의 20%만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사회에 적용시킨 법칙을 2080 법 즉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이라고 한다. 군집생활 하는 벌에게도 역시 20:80%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인간사회에도 이 비율이 적용되어 “전체 부(富)의 80%는 상위 20%의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 또 전체 인구 중에 20%의 인구가 전체 노동의 80% 노동을 하고 있다.”라는 그 유명한 ‘20:80%의 법칙 즉 파레토 법 칙’은 이렇게 탄생했다.

어렸을 때, 논에서 피사리를 해 본 적이 있다. 초록빛 바다 벼논을 보면 모두가 벼로만 보이고 피는 알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아버지는 피사리를 해보란다. 벼와 피가 구별이 되질 않아 난감하여 피를 하나도 뽑아내질 못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침침한 눈으로도 잘도 골라낸다. 그 기준이 무엇이냐고 하니 잎사귀가 맨들거리는 것이 피란다. 나는 어려서 그런지 촉각으로는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시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 잎사귀를 햇빛에 비춰보고 투명한 초록이면 그것이 피란다. 그렇게 해보니 구별이 가능하였다. 햇빛에 비춰보고는 벼와 피를 구별하여 피사리를 했다. 이렇게 구별이 잘 안 되는 벼와 피, 그러나 그 열매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벼는 알곡이지만, 피는 보잘 것 없어 뽑혀서 불에 태워진다. 불에 태워지는 것은 농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벼농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 피는 아예 그 씨앗을 전부 태워야만 다음 해에도 피사리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농부를 기만한 데서 오는 불같은 단죄(斷罪)라고 할 수 있다. 피의 눈속임. 그렇게 해서 벼에 기생하여 생을 연명하는 것에 대한 부정직한 모습에 농부는 단단히 화가 나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단호한 응징 행위가 불에 태워버리는 것이다.

식물은 종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벼는 벼요 피는 피다. 벼가 피가 되지 못하듯이 피 또한 벼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을 뛰어넘는다. 아니 뛰어넘을 수 있다. 비유컨대 벼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피 같은 인간이 되어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피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벼 같은 사람이 되어 인간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양심과 의지, 정신과 영혼을 지녔기 때문에 팔레트법칙이 꼭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벼논에 피로 산다는 것은 농부의 분노만을 북돋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 원칙은 통용되고 있다. 가정과 사회 국가에 꼭 소용이 닿는 일을 해가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껴가며 살아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에 속한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소임을 다 하여 그것으로 족한 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한 눈 팔지 않고 목표를 향하여 가되, 가끔 좌우를 살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 가는 삶은 작을 지라도 위대하다. 양극화되어가는 시대에 빛은 어둠을 포용하여 밝고 따뜻해야 우리사회가 내 사회가 될 텐데, 아쉽다. 무표정한 거리의 표정들,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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