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전통적인 교육관은 고진감래(苦盡甘來)형 교육이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오직 인내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먼 훗날 달콤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교육관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성공은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며, 행복을 포기하고 공부에만 전념할 때보다 오히려 행복할 때 학습 성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고진감래형 교육에 도전하고 있는 새로운 교육흐름은 바로 행복교육이다. 무조건 고통을 참는 고진감래형 공부가 아니라 꿈과 희망, 비전을 품고 그 비전을 향해 공부하면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며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교육관이다. 행복교육은 크게 세 가지 지향점을 갖는다.
먼저,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 최근 들어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에 이른다는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고 있다. 물질적 풍요나 명예, 이른 바 성공이 결코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의 행복이 오히려 성공을 불러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긴장, 불안, 초조, 강박적 집념이 학습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학생들은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할 때 기억력과 추리력이 증가하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도 높아지며, 주의집중도 잘되어 오히려 학습 성과가 커진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행복은 유예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증진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가정과 학교에서 그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행복한 아이가 미래에 성공할 수 있다.
다음은, 목적지에서 느끼는 행복보다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이 더 길다. 행복은 목적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수많은 간이역에 더 많이 널려 있다. 목적지에서 느끼는 행복은 잠시 뿐이고 지속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길고 지속적이다. 행복하려면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 누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삶의 과정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삶의 과정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더 소중하다. 지금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찾지 않고 미래의 언젠가 행복할 것이라는 가정법 인생을 사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과정’과 ‘결과’ 모두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성공이라는 하나의 큰 열매만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여러 개의 작은 열매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복은 능력이고 습관이다.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며 노력한 만큼 성취할 수 있다. 행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고 습관이기 때문에 성공의 결과물이 아니라 교육의 결과물이다. 즉 행복은 개인이 어릴 적부터 습득한 미소, 감사, 친절, 양보, 희생, 용서 등과 같은 긍정적 습관이나 열정, 호기심, 희망, 비전, 회복탄력성 등과 같은 긍정적 정서에 의해서 결정될 때가 많다. 교육은 유능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과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어떤 경지에 이르러 한꺼번에 느끼는 결과로서의 행복보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과정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더 소중하다. 교육도 그 결과로서 뿐만 아니라 학습활동 그 자체로 학생에게 성장과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학습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 교육의 본질은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내면의 긍정적 정서를 더 강화시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고진감래형 교육에서 벗어나 학습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행복성취형 교육으로 누구나 꿈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혁신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