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초콜릿에 중독되는 것은 유전자의 피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쓴맛보다는 단맛을 내는 과일을 선호하게 되면서 단맛의 유전자가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허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욕망 역시 더욱 강해져 달콤함에 대한 집착, 즉 초콜릿에 대한 욕구를 상승시킨다는 심리학자들의 주장이 그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초콜릿이 생긴 이래 사람들은 그 유혹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멕시코 올메크족이 기원전 1500년경 카카오 원두를 갈거나 빻아 물에 탄 음료 형태로 먹기 시작한 이래 그렇다. 초콜릿의 기원이라는 이 음료는 ‘카카오 물’이라는 뜻의 ‘카카후아틀’로 불렸다. 그 후 고대 마야를 거쳐 1520년 아즈텍 왕국을 정복한 스페인의 코르테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됐다. 그리고 100년도 지나지 않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는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별칭으로 지배층의 사치품이나 의식용으로 주로 쓰였다.
초콜릿 하우스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657년 영국 런던에서였다. 당시에는 초콜릿이 음료였기 때문에 우유에 타 마시거나 일반 차처럼 음용되었는데 가끔 대중들에게도 판매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형태의 고형 초콜릿은 그로부터 200년 뒤 네덜란드에서 개발됐다. 비슷한 시기 스위스에선 쓴 맛을 덜어 주는 밀크 초콜릿을 개발, 사람들을 더욱 달콤함의 유혹에 빠지게 했다.
몇 년 전 미국에선 초콜릿의 유혹(?)이 지나쳐 중독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야기된 적이 있다. 카카오의 함량을 높인 다크 초콜릿 열풍이 몰아치면서 벌어졌는데 그중에는 ‘최음제’라는 시비도 있었지만 환각제와 같은 ‘중독성’이 있느냐도 쟁점이었다.
미국과 유럽에는 마치 알코올 중독처럼 초콜릿을 통해 달콤함을 지나치게 탐닉하는 ‘초콜릿 중독(chocoholic)’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은 오래 됐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전문 클리닉이 있는가 하면, 파스와 같이 팔이나 다리 등에 붙이고 다니는 패치도 널리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맘때만 되면 맛의 중독이 아니라 구매 중독이 심하게 되살아나는 사람들이 많다. ‘밸런타인데이’ 때문이다.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맛의 중독이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이를 틈탄 바가지 상혼 이 또한 초콜릿에 의한 중독은 아닌지.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