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총리 후보자 인준과 임명을 놓고 이렇게 힘든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면 다 그렇고 그렇다지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흠결이 너무 많다는 국민여론이어서 더 답답하다. 그래서 여당도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에서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당초 12일 본회의에서 16일로 처리일정을 미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갑자기 또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인준을 처리하자고 시비 걸고 나섰다. 점입가경이다.
야당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적합이 41%, 부적합이 29%로 나온데다 총리로서 부적격한 측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문회 단골메뉴인 병역문제 투기 대언론관 태도 등 역대 후보자 낙마사유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당으로서도 단독으로 인준을 강행하기에는 버거워 일단은 표결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체류 중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내각에 겸직 중인 의원들의 표 단속에도 나섰다. 이번에도 총리 임명이 무산된다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지나 않을까 우려해서다.
우리는 그동안 총리 지명자들이 중도에서 줄줄이 사퇴한 것을 보아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도 사퇴한 총리 후보자만 모두 3명이다. 부동산투기, 병역의혹 등 불법적인 사안이 없었다 하더라도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에 부합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완구 후보자의 경우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보다도 결정적인 흠이 많다는 여론이 정부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강원도 모처에 칩거하며 여론의 향배를 주시 중인 이 후보자 역시 청문회까지 마쳐 갈데까지 간 상태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모양새다.
인사청문회법은 김대중 정부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처음 도입됐다. 그때도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도 부동산 투기 및 주민등록법 위반,세금 탈루 등을 이유로 낙마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 선거자금 10억원 대출의 은행법 위반 의혹 등이 차례로 불거지면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전에 역시 자진사퇴했다. 수많은 후보자들의 낙마사례를 보면서 청와대의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건지 의문이다. 오늘은 어떻든 결론이 나야 한다. 여야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제대로 된 총리를 언제 볼 수 있을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