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개척시대 세무공무원들은 총으로 무장하고 납세자를 만났다고 한다. 납세자들이 걸핏하면 총기로 저항하기 때문이었다. 미국 독립전쟁도 영국의 과세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촉발되었듯이 세금을 거두는 일은 목숨을 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세금 논쟁이 일고 있다.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 하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법인세를 과거 수준으로 올리고 고소득자의 세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두 일면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결과가 현실에서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더 부과하면 부자들은 해외로 이주하여 세금을 회피할 수도 있고, 법인에게 더 과세하면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신규투자도 해외로 돌리게 되어 국내 세수와 고용이 오히려 줄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또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가장 큰 세원인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것은 역진성을 심화시켜 수직적 공평성을 훼손하고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정치적 제약이 있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제약조건 아래서 세수를 늘리는 방안은 무엇일까?
저항이 크고 경쟁력을 저해하는 세율인상에 대한 논의는 접고, 대신 비과세감면 축소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비과세감면이란 한시적으로 조세 특혜를 준 것이고, 일몰기한이 지나면 원위치 되도록 예정된 것이므로 비과세감면 축소를 증세로 몰아부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비과세감면 규모는 2004년 18조원 규모였으나 2014년 33조원으로 10년 사이 1.8배 규모로 확대되었다. 이는 총 예상 세수의 13.2% 수준이다. 비과세감면 대상 분야는 연구개발·중소기업지원·지방균형발전·농어민지원·근로자재산형성 등 경제발전과 형평성 지원을 위한 조세정책의 일환으로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비과세감면 제도가 조세의 공평성을 훼손하고, 재정건전성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비과세감면은 특정부문 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조세의 공평성을 유보하는 것인데 혜택 받은 이해집단은 이를 기득권으로 생각하고 법에 정해진 일몰기한을 적용하려 하면 증세라고 주장하면서 목숨걸고 저항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4년 말 일몰이 예정되었던 비과세감면 항목 53개중 7개만이 종료되었고 나머지는 혜택이 연장되었다. 게다가 6개 항목이 신설되어 비과세감면 축소 작업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수 확보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세율을 건드리기보다는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우리나라를 적자재정에서 벗어나게 하고, 조세제도의 투명성·공평성을 높여 우리나라를 보다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으로 변신시키는 최선의 방안인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이의 실천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