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500만년이라고 할 때, 그것을 1개월로 줄여서 시대별로 계산하면, 인류가 유목민으로 살아온 제일 긴 기간은, 29일 22시간에 해당하고, 근대 산업사회의 생활은 1분 30초에 해당하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전자정보시대는 불과 12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장 짧은 12초의 순간에 불과한 전자정보시대는 인류역사상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오늘날 발달한 고도의 정보 통신기술은 인류에게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해방시켜 놓아,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조성하는 경험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주로 이 시대의 주류미디어를 사용하는 세대를 ‘신인류’로 표현한다. 그것은 삶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뒤바꿔 생활혁명을 이루어 놓은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의 미디어 전문가 데이비드 와인버거(David Weinberger)는 오늘의 지식과 정보는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로 접속하여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고, 검색하며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책과 신문을 읽지 않게 되어 차분히 생각하고 인내하는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오늘의 지식은 더 이상 책이나 개인의 머리에 쌓이지 않고 네트워크에 혼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지식이 개인의 머릿속을 벗어나 네트워크로 집중 될 때, 전문가와 일반인(아마추어)의 경계는 급속히 허물어지고 모든 권위는 그 위력을 상실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지식이 모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등 지식 인프라의 변화마저 지식의 형태와 본질을 바꿔놓을 경우, 학생들은 학교강단에서 육성으로 전달하는 선생님의 강의를 거부하게 되고, 대중들은 교회나 사찰에서의 설교, 심지어 법원의 판결까지 믿으려들지 않게 된다. 이렇게 전문가와 CEO(지도자)의 경계를 약화시키고, 정치권력의 권위나 심지어 군대의 통솔력까지 흔들며, 대학 강단의 존재근거마저 퇴락시키고 있는 엄청난 혼돈은, 근대 후기의 과학과 철학이 기독교의 근원을 흔듦으로써 인간본성에 회의를 갖게 한 때를 훨씬 뛰어넘는 것 같다.
오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편리성’과 ‘즉시성’을 최대로 선호한다. 직접 마나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문자로 꼭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얼마 전까지는 텔레비전의 화상회의가 주류를 이뤘지만, 스미트폰 시대인 오늘에는 SNS를 통한 회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지식의 양과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질수록 개인의 자율적인 의식은 점점 소실된다. 더구나 오늘에는 기술의 발달로 초기의 컴퓨터 성능과는 달리 컴퓨터 하드웨어의 처리속도와 메모리 용량의 증대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테스킹이 가능해 졌다. 이것은 의식의 조절 없이 자동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인지작용(認知作用)을 말한다. 이렇게 사색이 실종된 주의구조에서는 자율적인 의식을 가진 자아는 소멸되고 개개인은 단말기와 같은 존재의 역할에 충실할 수박에 없다. 얼마 전까지 과학자들은 멀티테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단일작업을 하는 사람들보다 집중력이 강하다고 해왔으나, 최근에는 멀티테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세르’는 스마트폰을 들고 사는 ‘신세대’는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한 철부지가 아니라,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후 가장 상상력이 뛰어난 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개척자들이라고 칭송한다. 인류역사상 늘 대중은 우매하기 때문에 권력자의 지배가 불가피하다고 하였으나 신세대의 출현으로 지식의 민주화를 끌어낸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