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기간동안 각지에 퍼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자연스럽게 민심의 흐름도 만들어진다. 취업과 결혼, 자녀 진학 등의 문제는 피해야 할 화제라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가족의 관심사다. 게다가 건강, 노년의 삶 등의 문제들은 경제, 교육, 복지 정책 등과 직결돼 있어 정치이야기로 이어진다. 결국 현 정권의 국정수행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간접적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국민들의 맘 한구석은 편치가 않다. 국민들을 신나게 할 만한 정치적·경제적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장기 간의 경기침체, 가계부채, 실업난과 물가고로 기진맥진해 있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인지는 몰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30%대를 돌파하며 하락세인 새누리당 지지율을 바짝 추격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6~17일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34.7%에 그쳤고,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33.8%를 기록했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p도 채 나지 않는 0.9%p에 불과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서의 여파와 새정치연합 새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인 이번 설의 큰 화제 역시 현 정부의 국정운영과 벌써부터 차기 대선 후보들의 여론조사결과 등이었다. 정치권이 설 연휴를 지낸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에 비해 기성 정치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지쳐있다 보니 정치권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지율이 올라간 새정치연합이나 집권당인 새누리당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정치는 결국 국민들을 편하게 또 잘 살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기에 그렇다.
설 연휴가 이제 끝나고 가족과 함께 나눴던 정담과 정치권의 행보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는 25일에는 새로운 비서실장의 임명과 국회 임시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완구 총리가 처음 등장한다. 박근혜 정부는 모레부터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선다. 후임 비서실장이 임명되면 청와대 인사를 마무리하고, 국정의 새출발에 나설 것이다. 민심을 끌어안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이 국민만을 섬기겠다고 다짐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심판이 기다린다. 정치 경제 사회 국민 모두 심기일전하여 마음을 추스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