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임상에서 두통과 더불어 가장 흔히 접하는 질환이다. 환자마다 증상표현이 다양하지만, 자세히 병력 청취를 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후를 알 수 있는 어지럼증의 3가지 용어가 있다. 단순하게 어질어질하다고 표현하는 ‘현기증(dizziness)’을 말하는 것인지, 회전성을 포함하는 ‘현훈(vertigo)’을 의미하는 것인지,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실조(ataxia)’를 말하는 것인지를 감별해 내는 게 중요하다.
‘현기증(dizziness)’은 ‘단순어지럼’을 말하는 것으로 갑자기 움직일 때 혹은 앉았다 일어설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할 때는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기력이 떨어지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우리 몸의 감각들을 통합하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서 올 때가 대부분으로 심리적 요인이 가장 많다고 그 외에 혈액순환 장애, 자율신경계 실조에 의한 경우도 있다.
‘현훈(vertigo)’은 자신이나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이 느끼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속이 오심구토 증상과 함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대개 머리의 움직임과 자세 변화에 따라 심해지는데, 대부분 귀속 전정계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고 자세불안과 안구진탕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실조(ataxia)’는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때는 특별힌 증상이 없으나, 걸을 때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말이 어둔하거나 손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하는 신경학적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소뇌 이상을 우선 의심하여야 하므로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어지럼증들을 통칭하여 현훈(眩暈)이라고 하는데, 눈이 어질어질하다는 ‘현(眩)’과 머리가 도는 것 같다는 ‘훈(暈)’의 합성어로 눈앞이 흐려지거나, 머리가 무겁고 둔한 느낌이 들고, 심하면 정신을 잃을 수 있는 실신을 포함하여 현훈(Vertigo), 현기증(Dizziness), 실조(ataxia)를 모두 포괄한다. 주요발병요인으로는 풍(風), 화(火), 담(痰), 허(虛)로 보고 간풍(肝風)을 치료하는 조등산, 화(火)를 내리는 청상사화탕, 습담(濕痰)을 제거하는 청훈화담탕, 허(虛)를 보하는 자음건비탕을 위주로 처방하고 그 외에는 천왕보심단, 사물안신탕 등을 사용해 심신의 안정을 돕는다.
어지럼증의 신체적인 요인 외에 심리적 요인이 약 20~50%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치료에 있어서는 이 부분을 많이 간과 하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 치료의 최종 마무리는 마음의 중심을 잡는 심리치료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환자들이 호소는 어지럼증에는 공포가 내재되어 있다. ‘어지럽다’라는 것은 ‘직립보행을 할 수 없구나, 그러면 누워만 지내야 되는데, 이것은 거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야’ 하는 부정적 인지 체계가 그대로 작동하여 죽음과 연관된 공포에까지 이르게 된다. 동의보감에 ‘대개 마음은 물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있으면 맑아져서 그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내 마음을 볼 수 있는 힘은 잠시 멈추면 가능해진다. 명상치료는 혼란스러운, 흔들리는 내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흔들릴수록, 어지러울수록 마음의 중심을 잡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챙김 명상훈련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