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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집착과 무관심

 

‘사랑한다는 것’ - 유행가에 붙이기에 아주 적절한 제목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가장 유치하고 가장 치열하며 가장 고결하면서도 가장 치사하고 가장 비겁하며 또 비열하지만 반면에 가장 베풀고 헌신하며 가장 용기 있는 행동으로서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단어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예수조차도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을 완벽하게 정의 내렸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정의내리기가 간단치 않은 말임에 틀림이 없다.

중세 교부였던 어거스틴은 ‘악을 일컬어 선의 결핍’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악의 반대가 선이라고 정의한 것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결핍’이라고 한 것이다. 이 수사가 별 것 아닌 듯이 보이나 이러한 수사들이 축적되어 중세철학을 발전시켰다. 어거스틴의 수사방식에 따라 ‘이기심을 사랑의 결핍’이라고 정의해 본다면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산다는 것은 이기심을 최소화하는 하며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주변에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말을 하는 사람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있는 듯이 착각하기 때문에 본인의 영육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누구로부터도 그 사람은 사랑을 받기는커녕 아무도 그를 사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것은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타고난 품성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은 교육과 체험을 통한 자기성찰로 어느 정도 수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반대로 지나치게 이타적인 사람들도 있다. 가족과 가정을 등한시 하면서까지 사회봉사를 하거나 무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증상을 지닌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속성이 어느 사건에 대해 상호 조화 없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그 사람의 가족과 이웃을 힘들게 한다. 무언가에 지나치게 사랑을 하는 것에는 그것이 공공을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무관심은 대상과 사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무관심도 이기심의 한 부분이다. 관심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얻게 될 것이 커질 것이라고 계산이 되면 그 사항에 관해 적극적일 것이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커보이거나 관심을 보임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질 것 같다면 그 사항을 피하는 한 방법으로써 무관심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핵가족에서 자녀 한 둘로 성장한 새내기들 대부분은 부모세대가 겪었던 고생을 모르며 자기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부모세대들의 눈에는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애정행위를 하고 이들의 행동과 언어 안에는 가끔 예의가 들어있지 않고 남의 말에는 귀를 닫고 유아독존처럼 자신의 주장만 하며 그 주장이 관철이 안 되면 특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신세대들에게도 나름의 행동방식이 분명히 있으며 기성세대들은 이것에 관해 관심을 보임으로써 얻어질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긴 세월 무관심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이들의 행동과 언행이 거슬리게 된 것이다. 무관심은 또 하나의 ‘계산된 비겁한 사랑의 결핍’이라고 할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새내기들이 대학 캠퍼스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올해 이 새내기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대학생활을 하라’는 말이다. 사랑한다는 것에는 그 대상에 대한 정열과 집착과 아낌이 표피적으로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또 그 만큼의 절망과 배신도 따라올 수 있겠지만,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산다는 것이 대학생활에서 시간낭비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한다.

긴 세월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해왔던 지나친 집착과 간섭, 혹은 무관심으로 인해 대학에 입학하여 갑자기 천방지축으로 살아가는 듯이 보일 자식들을 한 성인으로 존중하며 신뢰로 대해야 한다. 그러면 자식들의 행동과 언행에도 분명히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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