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악처(惡妻)라 불리는 여인들이 있다. 호사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남편이 모두 유명인(?)이어서 세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부인 ‘소피아’도 그 중 한 명이다. 톨스토이를 추앙하는 여 제자들에 대한 질투와 재산 욕심으로 말년의 톨스토이를 가출하게 했고 결국 객사시켰다는 게 이유다.
나머지 악처 반열에 오른 여인들은 남편에게 물을 쏟아 붓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댄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디페’, 매일 들볶고 저주를 퍼부었다는 감리교 창시자 요한웨슬리의 부인 ‘메리 바제일’이다.
그러나 조선 중종 때 영의정 송질의 아내에 비하면 이들의 행위는 애교에 속한다. 남편을 치고받고 물고 뜯는 것은 예사고 남편이 여종의 손을 한번이라도 잡은 것이 알려지면 그 여종의 손목을 잘라 밥그릇에 담아 남편에게 올렸다고 하니 가히 엽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성질이 사납거나 표독한 악처를 비유하는 하동사후(河東獅吼)란 고사성어가 있다. ‘하동 땅에 사자가 울부짖다’라는 뜻인데 유래는 이렇다. 중국의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항주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자주 어울리던 진조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부인 유씨는 남편이 밤새 노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흥이 한껏 고조될 쯤 되면 옆방에서 성난 사자가 울부짖는 것처럼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진조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릴 정도로 놀라 벌벌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를 본 소동파가 ‘불쌍도 하여라, 공담을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우는데, 문득 하동의 사자가 울부짖으니, 지팡이 떨어뜨리고 넋을 잃누나’라는 시를 지었다고 해서 생겨난 고사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중국의 4대 기서 금병매에 나오는 반금련에 비기면 약과다. 비록 소설속의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정욕을 위해 남편 ‘무대’를 독살했으니 말이다. 현실에서도 악처이면서 이런 독처(毒妻)는 얼마든지 있다. 질투와 돈, 특히 보험금 때문에 남편을 살해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어서다. 최근 포천에서 전·현 남편 등 가족 3명을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한 악독처(惡毒妻)가 검거됐다. 이 또한 돈 때문이었다. 어쩌려고 세상이….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