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유는 코란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란은 또 알콜과 죽은 고기, 피도 먹지 말라는 규율도 있다. 따라서 개·고양이 등의 동물,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도 먹지 않는다. 이처럼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을 ‘하람(haram)’ 식품이라고 한다.
반대로 이슬람 율법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이 있다. 이를 ‘할랄(Halal)’ 식품이라 부른다. 육류 중에서는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 즉 염소고기·닭고기·쇠고기가 여기에 속한다. 과일·야채·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어패류 등 모든 해산물도 해당한다.
최근 무슬림의 할랄 식품이 세계식품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18억명의 무슬림이 먹는 식품인 만큼 다량 소비에 대한 기대가 커져 가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이 소비하는 할랄식품의 규모는 7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천조원에 이를 정도다. 여기에 할랄식품이 곧 웰빙식품이라는 개념도 퍼지면서 비무슬림까지 소비에 가세 하고 있어 규모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국가들은 현재 할람식품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증 범위를 식품에 이어 의약품이나 화장품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몸에 바르고 섭취하는 모든 것에 할랄이 적용되는 것이다. 무슬림들에게는 ‘유기농’, ‘천연원료’, ‘무(無)환경호르몬’보다 할랄 마크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할랄 인증 마크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에 뛰어들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미 1980년대부터 할랄 시장을 준비해온 네슬레나, 말레이시아 내 모든 점포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맥도날드, 230여개 업체가 할랄 인증을 획득한 일본기업 등이 그들이다. 특히 공항 및 도시 곳곳에 할랄 인증 식당만도 200개가 넘는다는 일본은 고래 고기나 된장 같은 일본의 전통식품까지도 할랄 인증을 받는 단계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식품도 햇반(즉석밥)과 조미김, 김치 등 수십개에 불과하다. 수출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3국뿐 이슬람 시장 대부분이 사실상 불모지로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우리 식품업계의 할랄시장 진출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