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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21C 건강과 식품영양

 

백세시대를 눈앞에 두어서 그런지 유달리 건강에 관한 책이나 강좌들이 성황을 이루는가 하면, 뒤질 새라 TV에서도 그런 프로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어떤 음식·약초·채소와 해초 등을 먹고 암을 비롯해서 고혈압 당뇨 등 난치병을 완치했다고들 하니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필자는 과학자나 의학자는 물론 식품영양학자도 아니다. 대학에서 헌법을 주 전공으로 강의하면서 곁들여 법철학과 법 사상사를 강의하다가 정년 후 시간이 남아돌아, 여러 분야의 전공서적들을 탐독하던 중 「생각의 함정」이란 책에 관심이 쏠려 몇 번 반복해서 읽었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TV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정 반대되는 내용이 있어 옮겨본다.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미국 FDA에서도 어떤 종류의 음식이 건강에 좋은가에 대한 이론은 약 10년 주기로 바뀌고 있다. 식품역사에 관한 전문가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식품영양학이 환원(還元)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전체 식품연쇄 시스템은, 효소로부터 먹는 사람에 이르는 전체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특정한 영양소를 고립시켜 연구할 경우 방대한 식품시스템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구 대상인 영양소의 효과가 전체시스템 내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음식물도 그것을 소비하는 순서나 배합에 따라 발생시키는 효과가 크게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곁들여 먹는 음식에 따라 흡수하는 영양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커피와 스테이크가 그렇다. 우리는 고기를 먹은 다음 커피를 곁들리는 것이 습관화돼 있자만 커피는 스테이크에 포함된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유익한 영양분을 식별해내고 식습관의 전체과정을 파악한다고 해도 그것이 매일의 식사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런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파악된 것이 아직은 없다. 야채와 과일이 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 식품에 함유된 베타카로틴·리코펜·비타민 E 복합제가 산화방지제의 기능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들 분자들을 실제로 야채와 과일에서 추출하여 복용케 하였더니, 암발생률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베타카로틴’ 보완제는 특정한 암의 발병률은 증가시켰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전체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양분섭취과정에서 작용하는 한 가지 요소만을 식별해내고 있었을 뿐이었고, 식품영양학자들도 고립된 한 가지 영양분이라는 특수한 패러다임을 쫒다보니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다층위(多層位)적인 인과의 연쇄관계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특정한 역사적 시대의 관습적인 사고에 구속받기 때문에 원인혼란에 철저히 사로잡힐 수 있다.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인과관계의 연쇄 안에 존재한다. 단 한 가지 원인만이 작용하는 문제란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생각의 함정’이라는 책 속에 실려 있는 내용 중의 일부이다. 19세기에는 세포가 생명체의 기본 구성체로 인식되었는데 비해, 20세기 중반부터는 유전자 분자구조가 규명되기 시작함으로써 세포에서 분자로 관심이 바뀌었다. 지금은 물리학이 생물학에 그 지위를 내주고, 생물학 역시 뇌와 우주를 다루는 비 생물학에 자리를 비켜주고 있다. 현대과학은 데카르트 이후 기계론적 영향으로 부분만을 중요시하고 전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으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등으로 절대적 공간과 시간이, 상대적 공간과 시간으로 바뀌면서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의학 등 모든 분야가 인식의 체계를 달리하고 있다. 의학의 경우도 기계론적 인체관을 벗어나고 있다. 인체의 췌장은 대부분의 세포를 24시간마다 바꾸고, 위벽은 3일 만에, 백혈구는 10일 만에, 뇌 속 단백질의 98%는 한달 내에 교체한다고 한다. 기계는 정확하게 계산된 대로 부품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 계산에 맞추어 분석할 수 있지만, 의학의 경우 기계론적 인체 관을 내세워 공학적으로 사람의 건강을 접근해가는 의학기술만 믿는다면 상당히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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