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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가리킨다는 뜻의 방촌지지(方寸之地) 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의 서서(徐庶)에 관한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줄여서 방촌이라고도 한다. 방촌은 원래 ‘사방 한 치의 좁은 땅’을 뜻 한다. 이 사방 한 치에 심장에 깃들어 있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 또는 심장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마음 속으로 품은 작은 뜻’이라는 촌심(寸心)이나 ‘작은 성의’를 뜻하는 ‘촌지(寸志)’라는 말은 모두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런 촌지가 뇌물성 돈봉투를 가리키는 말로 변한지 오래됐다.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킨 것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우리사회 고질적 병폐중 하나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교육계는 이런 촌지가 가장 난무(?)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식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중 촌지 한 두번 건네지 않은 이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도시 농촌 가릴 것 없다. 10여년 전엔 촌지와 관련된 영화도 나왔다, 촌지를 밝히다 강원도 오지마을 분교로 발령 받은 후에도 촌지에 집착하는 불량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선생 김봉두’라는 영화가 그것이다. 당시 이 영화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사회 곳곳에 만연된 촌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국민교육헌장을 패러디한 ‘국민부패헌장’이 급속히 퍼진 적이 있다. ‘우리는 부정부패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이 글 또한 우리 주위에서 얼마나 촌지가 보편화 됐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촌지는, 은밀한 목적을 위해 남몰래 ‘꾹’ 찔러주는 돈이라 해서 ‘꾹돈’이라 부르기도 한다. 순한글이면서 북한에서 자주 쓰는 말이긴 하지만 뇌물이 전해주는 상황을 유추하면 매우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자기 자식을 잘 봐달라는 뜻으로 돈봉투를 꾹 찔러준다면 그것은 이미 ‘마음속의 자그마한 뜻’이 아니라 뇌물이 되고 말아서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 꾸중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를 위해 학부모들이 건네는 촌지, 서울시교육청이 이러한 촌지 근절을 위해 신고 공무원이나 시민에게 최고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공익신고 보상금제’를 운영한다는 보도다. 뿌리가 깊은 만큼 근절은 어렵겠지만 최소한의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벤치마킹 해도 좋을 듯 싶은데.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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