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로망이 보석과 명품이라면 남자들의 로망 중 첫째는 자동차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빨간색 스포츠카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력 때문에 최고의 로망으로 통한다.
성공한 남자들을 상징할 때도 자동차는 꼭 등장한다. 멋있는 남자의 필수 조건도 얼마나 좋은 자동차를 갖고 있느냐로 가늠하기도 한다. 특히 자동차는 명예와 부를 재는 척도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너나없이 비싸고 좋은 차 옆에만 서면 자신도 모르게 작아진다.
그렇다면 국내 수입차 중 가장 비싼 차는 무엇일까. 롤스로이스의 완결판이라는 팬텀 시리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가는 ‘팬텀 드롭헤드 쿠페’로 가격은 7억6000만원부터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다. ‘비싸야 잘 팔린다’는 한국 시장에서 안타깝게도 한 대도 팔리지 않았지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하니 곧 시중에서 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 금액이면 현대차 쏘나타 31대를 살 수 있다. 그러고도 1755만원이 남는다. 덤(?)으로 중소형차 한 대는 더 살 수 있다.
그 뒤를 잇는 차종은 전투기 스텔스를 닮았다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라는 스포츠카다. 가격은 6억9990만원, 하지만 이것은 기본가격이고 이것저것 옵션을 추가하면 7억원을 훌쩍 넘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단 3초 걸린다니 상징인 황소도 이런 황소는 없을 듯하다.
세 번째는 람보르기니의 영원한 숙적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로 5억100만원,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페라리 중에서 가장 비싸다. 이밖에도 한 대를 제작하는 데 약 300시간이 소요되고 실내를 꾸미는 데는 상처나 모기 물린 자국이 없는 황소 16~17마리의 가죽이 필요하다는 ‘벤틀리 뮬산’을 비롯 세상에서 가장 빠른 4인승이라는 ‘벤틀리 컨티넨탈’에 이르기까지 최소 3억원에서 5억원까지인 수입차 만도 10종류를 넘는다.
서민들은 이름조차 생소하고 외우기도 힘든 이 같은 차량들 외에도 수억원을 호가하는 차량들도 도로에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일반차량 소유자들은 운전하기가 겁날 정도라고 한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경우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엊그제 수리비 1억4천만원을 타내려던 람보르기니 운전자 같은 사기꾼에 걸리면 더욱 그렇다. ‘낭패 보기 전 피하는 게 상책’이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