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는 ‘아나사지’ 인디언들만이 살던 땅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서북부 챠코계곡에 모여 살면서 챠코문명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또한 1500년경에는 캐나다 지역에서 살던 ‘나바호’와 ‘아파치’ 인디언이 이주해 내려왔다. 지금도 이들의 후손 3만여명은 자신들만의 전통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비록 인디언 텐트라 불리던 당시의 거주 형태인 티피(Tepee)에서 생활하고 있지 않지만 풍습도 잘 보존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내 3대 인디언 보호구역 중 한곳도 여기에 있다. 서부영화에서 인디언들의 주거형태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티피라는 텐트다. 원추형으로 세운 여러개의 나무위에 물소 가죽을 덮어 만든다. 과거 아메리카인디언들은 거의가 이런 형태의 텐트에서 생활했다. 1990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 이라는 영화에선 티피 텐트에서 생활하는 인디언들의 모습과 그 생활 터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랑, 개척자들과의 전쟁 그리고 살육 등이 리얼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선 일부대사를 출연 인디언 ‘수’족(族)의 언어인 ‘라코타’어로 처리했고 현대화된 티피에서 생활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직접 연기했다고 해서 더욱 유명했었다.
티피는 수족 언어인 라코타어로 주거(house)를 의미한다. 작은 것은 1~2명, 큰 것은 몇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거대한 것도 있다. 텐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실내에서 불을 피우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천막처럼 접을 수 있으며, 크기도 방석 정도고 구조도 간편하지만 효용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간편함과 신속성으로 인해 지금도 미군의 생존을 다룬 군사교본 매뉴얼에 낙하산의 천과 끈을 사용한 티피를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 이런 티피형태의 인디언텐트가 몇년 전부터 야영장에서 등장하더니 요즘은 아예 냉장고와 세면장 등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춘 텐트로 변신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일반 텐트와 달리 화려한 캠핑을 즐긴다고 해서 클램핑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엊그제 강화의 한 클램핑장 인디언텐트에서 불이나 야영중인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허가받지 않아도 된다는 법을 교묘히 이용, 안전을 뒤로 한 채 텐트영업을 해온 얄팍 상혼에 다시 한번 분노를 느낀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