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를 둘러봤다. 교육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인식 아래 학교시설을 점검하고, 학부모들과 대화의 자리도 마련했다. 남 지사는 학교 화장실을 둘러본 뒤 ‘악취가 심하다. 아서 학생들이 불편하겠다’고 말한 뒤 배석한 지성군 교육협력국장에게 개선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어진 학부모와의 간담회에서 재래식 화장실을 고쳐달라는 건의가 많았다. ‘서양식 화장실에 익숙한 아이들이 재래식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화장실 출입구가 남녀공용이라 학생들이 불편해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 같은 요구는 도지사에게뿐만 아니라 지역 별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19세기 환경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은 우리의 교육현실과 문제점을 꼬집은 말이다. 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학교시설을 현대식으로 하는 게 낭비는 아니다.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당연한 것으로 본다면 교육시설도 당연히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경기도교육청에 지원키로 한 288억원의 학교시설개선지원금을 화장실 개보수냐, 급식시설 확충과 학교시설 증개축에 쓰느냐 하는 사용처를 놓고 서로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어 가는 게 일과라고 한다. 지저분하고 악취나는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기보다는 아예 참는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은 조퇴나 외출을 허락받고 집으로 가서 용변을 보기도 한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내 1천195개 초등학교 중에서 노후화된 화장실은 약 20%가 넘는 240여 개교에 이른다고 한다. 학생 1인당 변기 갯수도 턱없이 부족해 쉬는 시간이면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화장실 앞에 장사진을 이룬다. 학교환경개선특별사업을 한 지도 20년은 넘었다. 환경개선특별회계를 다년간 연장하면서까지 학교환경을 개선했음에도 이처럼 학교의 기본적 시설이 노후화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른들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재래식 변기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화장실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학교화장실도 시급히 현대화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화장실 문화운동이 학교만 예외여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급식도 중요하지만 학교화장실 문화의 개선도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물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 화장실 환경 개선은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