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각급 학교에서는 입학식을 갖고 신입생을 맞았다. 새로운 출발에는 항상 설렘이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생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또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올 3월에는 새 학기 증후군, 교실 없는 개교 등 매년 반복되는 뉴스와 함께 무상급식 문제, 거주형태에 따른 차별금지법안 발의 등이 교육계 이슈로 등장했다. ‘촌지수수 동영상’에 대한 논란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와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새 학기, 그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자녀가 입학하면 교육기관과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학부모라는 호칭이 붙고 역할도 주어진다. 교육기본법 제13조 1항에, 보호자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라고 하였고, 2항에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1항은 부모로서의 기본적 역할이고, 2항은 학부모와 학교의 관계를 밝힌 것이다. 둘 다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일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성적에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학교교육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커지면서 교육청에는 찾아가는 학부모상담실을 마련하고 자녀교육 관련 고충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부모 기자단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학부모를 위한 앱도 개발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교사 중심의 일방적 교육에서 학부모가 교육의 또 다른 주체이자 동반자라는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동반자 인식은 관계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학부모가 선생님을, 선생님이 학부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학부모 역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동반자로서 학부모의 주요 역할은 자녀의 성장을 위한 지지와 지원이라고 할 때, 이는 교육기관과 교사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 교육이 단순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면 신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고 동반자 관계도 성립될 수 없다. 존경할 스승이 없다는 학생이 많고, 존경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교사의 탄식이 보편화되는 교육현실에서는 지지와 지원은 물론이고 참다운 교육활동도 이루어질 수 없다. 신뢰의 구축은 일차적으로 교사의 자질과 품성에서 비롯되지만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교사를 대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사부일체라는 옛 말은 교육 수요자가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었다. 교사의 권위가 서야 교육은 산다. 권위는 교육이 그러하듯 수직적·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자발적인 것이다. 영향력을 생각하는 학부모는 교사가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때로 학부모는 중재자나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중재는 학생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함께 해결 방법을 찾는 일이고,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은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을 자문하거나 실행 평가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 역시 동반자 관계는 필요하다. 과거에는 학생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자식교육 잘못시킨 부모의 탓으로 돌려 스스로를 경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감정을 조절하고 신중하고 냉정한 중재자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하다.
성적이 곧 교육의 성과이고 일류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으로 학부모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종래의 입장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의 바른 인성과 건강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도움을 주고 응원을 보내는 것이 학부모의 역할이다. 그런 가운데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고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이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치고 안내하는 동반자로 존재한다. 이것이 스마트한 학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학교 교문에 걸려 있는 ‘학부모 총회 개최’ 현수막을 보면서 학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