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물러간 자리 새순이 빼곡하게 올라왔다. 쑥이며 미나리 원추리 등 어릴 때 밥상에서 보았던 나물들이 지천이다. 입맛을 잃기 쉬운 이맘쯤이면 어머니를 따라 들로 나서곤 했다. 아직 갈아엎지 않은 논이나 밭둑에서 꽃다지며 냉이 등 봄나물에 캐와 살짝 데쳐 들기름에 조물조물하면 그 맛이며 향이 일품이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쑥 설기였다. 나붓나붓 올라오는 쑥을 한 소쿠리 뜯어 쌀가루에 버무려 시루에 찌면 쑥 색깔과 흰쌀이 어우러져 식감이 좋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포화상태가 되도록 먹곤 했다.
묵은 김치에 길들어 있던 미각이 깨어나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사철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나물들이지만 예전엔 제철이 되어야만 맛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요즘 산으로 들로 나물이며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을 보게 된다. 나물도 캐고 건강도 챙기고 일거양득 좋은 일이다. 하지만 채취한 것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알고 먹어야지 자칫하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어렸을 때 먹었던 기억과 호기심으로 버섯을 잘못 먹고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고를 접하기도 한다.
버섯의 경우 예전에는 흔히 먹는 몇 가지 종류의 버섯만 채취했는데 이런저런 버섯의 효능이 알려지다 보니 헷갈리기 쉽고 또한 섣부르게 아는 지식으로 섭취해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산나물도 비슷하게 생겼어도 어떤 것은 식용이고 어떤 것은 독초다.
친구가 독초를 먹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어느 날 보니 자기 집 뒤란에 토란이 하나 자라고 있더란다. 심은 적이 없는데 웬 것일까 하다가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재료가 마땅찮아 토란을 뽑아 잘 손질해서 찌개를 끓여 한 입 먹는 순간 입술이 오그라들고 목이 타들어가면서 마비가 되어 입에 넣은 음식을 꺼낼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되었단다. 간신히 입에 손을 넣어 음식을 꺼내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가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그 말을 듣고 토란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무엇인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천남성이었다. 천남성은 독성을 제거하고 잘 사용하면 좋은 약재로도 쓰일 수 있는 것이지만 독성이 대단히 강하여 궐에서 사약을 내릴 때 사용하기도 하는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얼마 전 방영한 사극에서도 천남성 열매로 만든 차를 마시고 왕은 죽고 귀빈은 목소리를 잃는 장면을 보았다. 어떤 경로로 천남성이 친구네 뒤란까지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김새도 토란과 비슷하여 무심코 토란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엔 몸에 좋다고 알려진 것이 많다 보니 들판에 풀이 안 남아난다고 한다. 먹는 것도 좋지만, 약성을 정확히 따져서 내 몸에 맞는 것인지 혹여 독성은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과수원은 농약을 살포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도 대추밭에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땅에 농약을 뿌렸는데 나물 캐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다. 특히 주의를 요해야 한다. 바람도 순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봄이 번지고 있다. 나른한 요즘 싱싱한 나물로 입맛을 돋우고 건강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나물의 쓰임새를 잘 알아 오히려 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한국 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자작나무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