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는 뼈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성분이다. 그리고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생성된다고 해서 흔히 선 샤인 비타민(sunshine vitamin)이라 부른다. 2009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비타민D가 부족하면 그루병과 골다공증이나 골절 위험 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마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햇볕을 받은 피부에서 생성되는 만큼 사철 햇볕이 좋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로 보충제를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비타민D의 생성이 왕성해서라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이 긴 북유럽 사람들만 비타민D 수치가 낮고 우리는 높은 줄 알았다.
하지만 허구였다. 당시 연세대 의대 연구팀이 세계 18개국 여성 골다공증 환자를 대상으로 여름철 혈중 비타민D 수치를 조사한 결과,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높고, 우리나라 환자의 평균치는 최저인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이번엔 비타민D 결핍이 암을 일으킨다는 설을 미국 캘리포니아대 암센터에서 정식으로 제기했다. 물론 비타민D의 암 관련설이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2002년 미국 보스턴 의대 연구팀이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인 400~800IU만 섭취하면 전립선·유방·대장암 발생 위험을 각 30~5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암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비타민D의 중요성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마 이때쯤일 것이다. 특히 ‘소아 당뇨병을 예방한다, 천식으로 인한 폐 기능 저하를 억제한다, 치매를 막는다’ 등등의 발표도 잇따르자 전국적으로 비타민제 약품 섭취 열풍이 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D가 많이 함유된 식품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비타민D 수치는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국내에선 서울·경기·인천지역의 비타민D 결핍비율이 10∼8%로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어 가장 심하다고 한다. 어제 발표한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전국 13개 도시 16개 검진센터를 찾은 남녀 1만7252명의 혈중 비타민D 검사 결과다. 이유는 실내생활자가 많아서라고 하는데 피부 걱정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 가끔은 햇볕을 쬐는 시간도 가져볼 일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