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호방함은 나무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잎의 크기가 아파트 동만 하고 그 열매를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성스러운 나무 얘기가 여러 책에서 나올 정도니 말이다. 특히 신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긴 하지만 나무의 크기가 엄청나 역시 중국인의 ‘상상력’과 ‘과장’은 알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대표적인 신화집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건목(建木)이라는 나무도 그중 하나다.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데 이 나무를 천제(天帝)와 신들이 하늘을 오르내리는 사다리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나무는 지상의 중심에 있으며 태양이 가장 높이 떠있을 때는 나무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니 어디 상상이나 하겠는가.
또 태양이 쉬는 동쪽 탕곡에 부상(扶桑)이라는 거목이 있었다고 한다. 이 나무는 ‘그 높이가 무려 9000m나 되어 하늘에 닿았고 뿌리는 지하의 황천에까지 달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잎이 뽕나무 잎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으며 9000년에 한 번 열매가 열린다는 설명도 있다. 이밖에 2250m 높이의 여하(如何)라는 나무는 대추처럼 생긴 열매의 크기가 직경 2m를 넘으며, 예장(豫章)이란 나무는 가지가 지상 700m부터 퍼져나가 마치 버섯 같다는 기록도 있는데 소설 속 거인국 얘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현실 속에선 어떠할까. 지금까지 발견된 나무 중 가장 큰 것이 100m가 조금 넘는다. 그중 최고는 2006년 미국의 식물연구원이 북캘리포니아 레드우드 트리베리에서 발견, 하이페리온(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아버지)이라 명명한 나무다. 추정되는 수령만 3000년 정도. 미국 삼나무 종류인 세콰이어로 높이만 115.6m, 지름은 3.5m다. 근처에는 먼저 발견된 비슷한 높이의 거목들이 자라고 있는데 그중 114.58m인 헬리오스와 113.18m인 이카로스라는 이름의 나무가 세계 2·3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노거수(老巨樹)는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대표적이다. 천연기념물로서 수령은 11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67m, 둘레 14m다. 어제 문화재청이 이처럼 오래된 전국의 천연기념물 노거수(老巨樹)의 유전자원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DNA를 추출하거나 나무를 복제해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자연도 살리고, 귀중한 산림자원도 육성하고,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