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달걀은 봄, 풍요, 다산 등 보이지 않는 생명의 상징이었다. 겉으로는 죽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어 언젠가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달걀이 생명과 재탄생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인들은 겨울에서 봄으로의 계절 변화를 지구의 재탄생이라 여겼고 병아리가 태어나는 달걀에서 새로운 삶의 상징성을 찾았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선 달걀을 ‘무덤에서 부활한 예수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부활절’에 달걀을 나누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시작된 축제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성서에 근거한 정확한 유래와 기록은 찾을 수 없다. 다만 17세기경 유럽의 수도원에서 시작돼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정설로 되어있을 뿐이다.
당시 사순절 기간 동안 엄격한 고행을 하던 수도자들은 육류는 물론이고 생선도 먹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부활대축일 아침이 되면 기쁘게 부활을 맞이하는 하나의 세리모니로 달걀을 먹었다고 한다. 그 이후 부활 달걀을 이웃에게 주는 행사가 전 세계에 전파돼 축제의 하나로 승화됐다는 것이다. 영국에는 500년 전 국왕 에드워드1세가 부활절 선물을 위해 색깔과 금박을 입힌 달걀 450개 구입에 18펜스를 썼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중세 서양에선 부활절 달걀에 예수의 성혈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칠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는 성경에서 예수의 부활을 처음 발견한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막달레나가 예수 승천 뒤 로마 황제를 찾아 ‘예수가 승천하셨다’고 알리자, 로마 황제는 테이블 위에 달걀을 가리키며 ‘이 달걀이 붉은 색으로 바뀌지 않으면 승천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그 즉시 달걀이 핏빛으로 바뀌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게 그것이다.
요즘 부활 달걀에 칠해지는 색깔과 그림이 매우 다양하다. 또 이를 나누는 행사도 다채롭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함께 정성스레 부활절 달걀에 색칠하고 꾸며서, 이를 감춰두고 찾는 놀이도 즐긴다. 오늘날 미국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리는 에그롤 대회도 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유명 백화점들이 이런 부활절 달걀을 이용한 고가(高價)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나눔의 의미를 퇴색케 하고 있다고 한다. 얄팍한 상혼은 숭고함도 모르나 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