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누리과정이다. 국민들도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이럴 거면 뭣하러 했나 싶다. 경기 인천 서울의 수도권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또 모였다.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이재정 이청연 조희연 등 세 명의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시·도교육청에 강제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목적예비비 5천64억원과 정부보증 지방채(교부금 지방채) 8천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지방교육재정의 악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전체 소요액 5천670억원의 49.6%만 지원받게 돼 2천814억원이 모자라게 된다. 충당할 방법이 전혀 없어 어린이집 예산지원을 당장에 중단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은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유치원, 어린이집 각 4.53개월분(138일분)밖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달이 지나도록 대책이 없다면 무상급식을 중단한 경남의 학부모들이 길거리에 나서듯이 유치원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피켓을 들고 나설 판이다.
각 시도교육청 별로 자칫하면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부담 등에 따른 재정난 가중으로 올해 기간제 교사 1천여명을 감원했다. 수석교사들에게도 수업시수를 늘려 반발하기도 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말한 지가 불과 얼마 전인데 이제와서 지방채를 발행해서 충당하라고 한다. 인천은 부족분 551억원, 서울도 965억원 전액을, 경기는 3천771억원 중 2천962억원을 지방채로 채워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빚을 져 지원하라는 얘기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는 하지만 감당이 안 될 것을 예상했으면 시작도 말았어야 한다. 국책사업을 지방에 떠넘겨 애꿋은 학부모들와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 키우는 일로 이렇게 국민들의 속을 태우면서 출산율을 높이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어린이집 아동폭행사건으로 온통 나라를 시끄럽게 했지만 관련법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지원은 이 문제를 뛰어넘는다. 국민들이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