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면 뭐해요? 갈 곳이 없는 걸요.”
“도대체, 얼마를 더 준비해야 할지, 이제는 포기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청년의 말이다. 방송매체를 통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급기야 해외취업이라는 방안을 내놓기까지 그야말로 위험수위에 다다른 건 사실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내 나라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그 옛날 유목민들처럼 먹잇감을 찾아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주해 가야한단 말인가.
이미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로 들어온 숱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또한 제나라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먼 이국땅까지 왔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고향에 두고 오직 먹잇감을 찾아, 그들의 꿈을 찾아서 말이다. ‘지구촌 사회’ 운운하며 세상 사람들이 한데 섞여 각자의 정보를 주고받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떠나 먼 나라로 순전히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가슴이 짠해지는 건 사실이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옮겨 다니는 현대판 유목민들의 삶, 그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며칠 전 이웃으로 이사 온 부부, 그들은 날마다 안타까운 출근을 한다고 했다. 세종시로 발령이 난 남편은 아침마다 하행선기차를 타고, 서울로 출근을 하는 아내는 상행선에 몸을 싣는단다. 서울에서 살고 있던 부부가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이 몇 년 간 서울과 세종 사이의 중간지점인 평택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2시간 이상씩 출근시간을 허비하면서까지 함께 지낼 집을 중간지점에 정한 건 아이와 떨어져 사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2~3년을 주기로 자식교육, 직장, 사업장을 따라 짧게 또는 길게 떠돌아야하는 나를 비롯한 이웃들의 삶. 그것 또한 21세기 신유목민의 얼굴인 것이다.
돈벌이를 위해 정착을 포기하고 이곳저곳을 떠돌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제 막 사회로 뛰어들어 막막한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그들의 먹잇감을 구해 내야 하는 아득한 취업준비생들. 그들에겐 또 어떤 지혜로운 판단들이 필요할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할 몫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큰 바다의 물결이 이루어내는 변화, 그 변화의 파도는 때로 숱한 시행착오를 겪게도 하고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게도 한다. 하지만 이미 바다로 뛰어 들어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하는 순간 훨씬 파도의 리듬을 타기에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내가 올라 탄 파도를 이해하려, 파악하려 본능적으로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큰 파도라는 경제흐름에 따라 이동하고 이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유목민의 삶. 그것이 우리의 또 다른 살아갈 방법이라면 그 속에 숨겨진 색깔 다른 행복을 추구할 의무 또한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았을까.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행복추구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숱한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다.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