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심술을 부리지만 벚꽃이 피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가 보다. 경기 인천 서울 중부지방 어딜 가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가로변에도 아파트에도 먼 산에도, 벌써 ‘벚꽃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벚꽃 피는 명소와 축제의 현장엔 상춘객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으레 불청객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얼마 전 ‘벚꽃놀이 꼴불견 베스트 5’라는 글이 SNS에 올라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돼서다. 다섯 가지 꼴불견은 다음과 같다. 애정 표현족, 터치족, 쓰레기족, 소리족, 셀카족. 그중 1위는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며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을 일삼는 표현족 부류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이 함부로 꽃을 꺾고 심지어 꺾은 벚꽃가지를 들고 기념 촬영까지 하는 터치족들이었다고 한다. 3번째는 소리족, 다름 아닌 음주 고성방가꾼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아직도 ‘꽃보다 기분’을 즐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하니 찝찝하다.
벚꽃이 제철인 요즘만 되면 연중행사처럼 등장하는 찝찝한 사항이 한 가지 더 있다. 벚꽃이 자기네 토종 식물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원산지 주장이 그것이다.
지금 한창인 벚꽃은 왕벚꽃을 말한다. 이 왕벚꽃은 벚꽃을 국화처럼 여기는 일본 학계에서조차 오랫동안 분류학적 혹은 원산지 논쟁이 계속돼 왔다. 일본엔 이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학계에서조차 왕벚나무의 자생지와 기원은 이즈의 오오시마 섬 자생설, 잡종기원설, 이즈반도 발생설, 제주도 자생설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62년, 일본 내 세 곳을 제외한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고 국제 식물학계에서 원산지임을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일본은 지금까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한 채 자기네 나라가 퍼트린 식물이기 때문에 원산지 또한 자신들이라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해 우리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벚꽃산업협회가 벚꽃의 고향은 중국이며 당나라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발표하면서 원산지 논쟁을 부추겨서다. 두 나라 모두 ‘우기는 것도 정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