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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거버넌스는 개념이 중요한게 아니다

 

얼마 전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중진 공무원 후배를 만났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3월 말경이다. 당시 남 지사는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진 BFA호텔에서 열린 빅데이터 세션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한 후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도지사의 최근 국내외 행보로 이어졌다. 나는 ‘남 지사가 중국에서 인기였다며?’ ‘영어연설도 꽤나 유창했고’ ‘특히 빅데이터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빅데이터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제안한 내용이 참석자들 중 단연 돋보였다는 등등의, 귀동냥한 내용을 얘기했다.

그러자 후배는 남 지사의 도정운영 방침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오는 것은 알겠는데 실제로 실무와 접목시키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며 괴롭기까지 하다는 속내를 털어놔 놀랐다. 그리고 이어 ‘거버넌스’가 무얼 의미하냐며 넌지시 물어왔다. 협치(協治)니 연정(聯政)이니 민관협력이니 하는 용어적 의미는 알겠는데 업무에 적용시켜야 할지 몰라서 그렇다고도 했다. 약간 당황했다.

사실 거버넌스란 말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세로 자리 잡은 용어 중 하나다. 단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핵심 키워드이기도 했다. 현 정부가 4대 가치로 표방한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 모두 거버넌스 패러다임 연관어들이어서다. 그래서 한때 거버넌스가 어떤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거버넌스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는 것이 곧 드러났다. 주창한 정부에서조차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에 대해 거버넌스를 단순히 ‘참여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거버넌스의 요체는 개별 참여의 확대가 아니라 파트너십, 다시 말해 기관 간, 부문 간, 영역 간의 파트너십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체의 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참여’할 것만을 요구해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수평적 연대와 협력을 이루려면 자율과 책임이 동반되어야 하고, 파트너십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한데도 입으로만 거버넌스를 외치며 실제론 그렇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트너의 지금까지 속내와 현재의 형편과 처지를 헤아려야 하고, 동시에 내가 가진 것, 내가 부족한 것을 돌아보고 상호 관계의 과거와 현재의 신뢰 수준을 살펴야 하는 것도 거버넌스의 중요 요체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기득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공무원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정책 집행 현장에서 특히 어렵다는 소리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거버넌스 하면 머릴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기피하기 일쑤라고 한다. 후배도 아마 이런 연유일 것이라 생각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선 초부터 거버넌스를 연정(聯政)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의회 다수당인 야당과 권력을 분점하고 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와 상호 갈등 해소, 정책 공조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실험중이다. 아직은 여야와 자치단체 간 정책합의, 인사연정, 예산연정 등 주로 관주도 방식에 머물고 있지만 사안 별로 점차 민간 부문까지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매우 고무적이다.

엊그제 1박2일로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함께한 ‘상생협력 토론회’도 공동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상생발전을 위해 벌인 거버넌스의 일종이다. 화성 공동화장장 문제를 비롯 상수도보호구역 해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10여개 자치단체가 문제 해결의 길을 트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장끼리의 합의는 자칫 주민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나만 정의롭고 나 홀로 잘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간다는, 아니 끌고 가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는 진정한 거버넌스가 아니다. 그리고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의지와 노력도 절실히 필요하다. 주민의 폭넓은 참여와 협치의 과정, 결과에 대한 책임성과 공공성 제고 등 연정이라는 거버넌스의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선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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