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중 소나기를 만났다.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내려오더니 한차례 소나기를 퍼부었다. 일행은 당황했고 고스란히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개중에는 우의를 준비한 사람도 있었고 우산을 챙긴 사람도 있었다.
산이 높을수록 일기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산행시는 우의나 방한복 그리고 비상식량은 필수라는 것은 알지만 이것저것 챙기다보면 배낭도 무겁고 복잡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빼놓고 다니다 이번에 제대로 비를 만난 것이다.
옷은 흠뻑 젖고 하산 시간은 길고 날은 춥고 얼마나 떨었는지 감기 몸살에 걸려 며칠을 제대로 고생했다. 산에 대한 자만심과 괜찮겠지 하는 안이함이 불러온 화근이다. 우산을 챙기는 것이 좀 귀찮고 무거워도 우산을 챙긴 사람은 갑작스런 일기변화에 대응하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당장만 생각하고 편한 것을 선택한 사람은 비와 추위에 많은 고생을 했다.
이런 경우가 산행 때만은 아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전전긍긍하게 되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요즘처럼 경기침체가 오래가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어들게 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마땅한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부모를 돕다가 배우자를 만나게 된 젊은이는 결혼 날짜는 정해졌는데 집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은행 문을 두드려도 문턱은 높고 남하는 만큼은 해서 신부를 데려오고 싶은데 경제적인 능력은 없고 이리저리 둘러봐도 마땅한 해답이 없다고 울상이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좀 더 열심히 일하고 저축을 했을 텐데 결혼에 대한 계획이 없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은 약속 했는데 빈손이다 보니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부모 역시 살기가 어렵다보니 서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젊은이의 하소연이 그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다.
젊은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결혼하고 가정을 갖는 일이 두렵다고 한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부모 역시 맞벌이를 하니 자식이 생겨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자식을 미루게 된다고 한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자식을 키우기 보다는 차라리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위험한 생각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자식 키우고 학비며 사교육비에 해외연수까지 각종 뒷바라지 하다가 혼기가 차면 집을 줄이든 대출을 받든 아니면 퇴직금으로 자식들 출가시키고 나면 빈털터리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자식들에게 올인 하다보면 노후가 막막해지고 노년이 불행해진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노인의 자살이 급증하고 주변에 독거노인들이 쉽게 보게 된다.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들이다. 날씨가 화창할 때만 생각해 우산을 미리 챙기지 않으면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거나 비가 오면 그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고 비 맞은 후유증을 견뎌야 한다.
미래를 설계하고 그 계획에 맞는 준비를 한 자 만이 기압골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각자에게 맞는 우산하나씩 챙기는 습관을 가지다보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