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궁합’이라는 것을 맞춰본다. 서로간의 장점과 단점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미리 살펴봐야 세상살이가 좀 더 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무예에서 사용하는 무기들도 궁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서로 절대 맞서지 말아야 할 ‘상극(相剋)’이 있고, 서로 함께 싸워야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상생(相生)’이 그저 관념화된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전의 경험을 통해서 완성된 것이다.
낭선(잔가지가 달린 창)이라는 무기는 가지를 남겨 놓은 4미터가 넘는 대나무 장대 가지하나 하나에 수십 개씩 철편을 달아 사용했던 무기였다. 특히 그 가지에 달린 철편에는 독약을 발라 조금만 스쳐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 충분하였다. 그래서 일종의 움직이는 가시철조망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런데 낭선과 창이 대결을 하면 반드시 낭선이 이기게 되어 있다. 이는 낭선의 철편들이 저마다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창을 휘감아 버리기에 창이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낭선과 창은 상극의 관계다.
등패 역시 조선후기에 보급된 방어용 방패의 일종인데, 현재 베트남지역을 비롯한 남방지역에서 등나무를 수입해 만들었다. 등나무를 기름에 십여 차례 삶고 말리기를 반복하면 가벼우면서도 웬만한 화살은 퉁겨 낼 정도로 단단한 방어무기로 거듭났다. 그리고 당시 등패의 원료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것이라, 가격이 웬만한 백성의 집 한채 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서 많은 수의 등패가 보급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등패와 낭선이 싸우면 반드시 등패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 4미터가 넘는 낭선이 크게 한번 휘두를 때 등패 뒤에 사람이 교묘하게 숨어 들어가 파고들면 낭선은 맥을 못 춘다는 것이다. 병서에서는 이를 민첩한 것이 둔한 것을 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등패와 낭선도 상극의 관계다.
곤방(棍棒)은 일종의 긴 봉이다. 이 무기는 무작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밥을 짓는 화병(火兵)이 갖고 다니며 자루에 솥을 건다 든지, 물건을 이동할 때 양쪽에 메달아 운반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곤방과 등패가 싸우면 반드시 곤방이 이기게 되어 있다. 이는 곤방의 경우는 위아래가 따로 없기에 번갈아 가며 등패를 때리면 등패가 뒤집어 지기 때문이다. 마치 지게 작대기로 거북이 등껍질을 앞뒤로 두드리면 뒤집어지는 성질과 같다고 표현하였다. 곤방과 등패도 상극의 관계다.
장창(長槍) 4미터가 넘는 긴 무기로, 쉽게 부러지지 않도록 몇 개의 나무를 덧댄 합목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보통은 창하면 주로 찌르는 무기로 생각하는데, 장창의 경우는 워낙 긴 무기라서 찌르는 용도 뿐만 아니라, 높이 들어다가 내려치는 기법이 자주 활용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장창과 곤방이 싸우면 반드시 장창이 곤방을 이기게 된다. 이는 긴 무기의 특징을 이용하여 서로 찔러 들어가면 곤방이 길이가 짧기에 죽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창과 곤방역시 상극의 관계다.
이렇듯 무기의 궁합은 제대로 맞춰야만 효과적인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병법에서는 이를 ‘장이위단(長以衛短 : 긴무기로 짧은 것을 지키고)’ ‘단이구장(短以救長 : 짧은 무기로 긴 것을 구한다)’이라고 하였다. 요즘으로 치면 전차와 헬기는 서로 상극이라서 아예 이 둘을 한데 묶어 전술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궁합이 맞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들도 많고, 상극의 경우로 패할 수 밖에 없는 자원 동원을 했음에도 승리했던 전투도 많다. 바로 궁합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라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어떻게 맞추어 갈 것인가를 전술적으로 고려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생사 모든 일을 궁합이라는 틀에 갇혀 살아간다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혹시 누가 알랴.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으니 나와 원수같은 사람이 정말로 나와 잘 맞는 인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