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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성완종 리스트를 보는 또 다른 눈

 

분식집을 하는 할머니의 사건을 상담한 적이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라 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느냐는 하소연이었다. 할머니가 흥분하고 서운해하는 부분은 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담당자가 술에 취한 기분에 서로 싸운 피의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에 착안하고는 어디서 술을 마셨느냐며 그 술집을 확인하는 데까지 수사를 확대해 골목길에서 홀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할머니까지 정식 수사하여 이를 문제 삼은 까칠함 때문이었다.

한 번은 사무실 앞에서 단골식당 배달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쟁반을 머리에 올려놓은 채 경찰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보고 다가가 보니 무단횡단으로 범칙금을 부과당하고 있었다. 참 그곳에 하루종일 서 있으면 꽤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텐데 그 이후에는 그런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평생 한번 당할까 말까 한 불쾌한 일을 당한 아주머니의 심경을 어떠했을까?

요즘 성완종 리스트로 정국이 뜨겁다. 그 발단은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관련자의 공금유용, 대가성 금품 수령을 밝혀내어 처벌할 것을 관계 기관에 주문하면서 시작되었다.

계좌 추적이나 장부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면 순조롭게 수사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만 누가 그런 흔적을 남기겠는가?

결국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민간인에 대해 더욱 심하게 조사하게 되고 사생활, 가족들의 문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당사자로서는 세상의 막다른 곳에 서있다는 절망감에 이르게 된다.

이번 일은 최초 수사목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원래 수사는 공평하게 공개적으로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개시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선 수사 담당자들은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하며 조심스럽게 조사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수사목표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사 범위를 한정시켜야 한다. 만약 수사 범위를 무한대로 확대하게 되면 국가기관이 나서서 어느 한 개인에 대해 신상털기를 하는 셈이 된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몇 개 기업이 동일한 기준으로 수상 대상에 선정되었고 수사 범위도 자원외교 관련 위법행위로 한정돼 진행되었다고 믿고 싶지만 조사를 받는 당사자는 목숨을 던져 저항할 정도로 이에 공감하지 않고 항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수사 대상자의 사망과는 관계없이 해외에서 사실상 증발된 막대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나갔는지, 이와 같은 정책결정에 누가 책임져야 하며 검은 뒷돈의 거래는 없었는지 계속 밝혀내야 한다.

어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수사 대상자나 가족, 친지들의 다른 비리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자백을 유도하는 수사 형태를 별건 수사라 하는데 이는 과학수사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백을 강요하며 강압수사의 유혹에 빠지는 구시대적 유물이다. 털면 먼지 안 나는 회사가 어디 있으랴?

국무총리의 지시로 시작된 자원외교 수사가 성완종 씨의 사망과 생전에 남긴 메모, 녹음 내용으로 인해 새로운 내용의 수사로 전개되고 있다.

수사 대상, 혐의 내용, 사건 발생 시기가 처음 수사를 시작할 때와 전혀 다르게 되었다. 성완종씨에 대한 약간의 별건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이제 예상치 못한 보다 강력한 새로운 태풍에 맞서 그 진로를 예상해야 하고 국민에게 결과물을 안겨줘야 할 난제를 떠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과 국민 여론 모두가 더 특별하고도 심도있는 별건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한편 이와 같은 냄새나는 형국을 보는 일반인의 마음은 정말 편치 않다. 하늘은 진실을 알고 있겠지만 사실관계 파악에 앞서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맛이 없고 미지근하고 느끼한지?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대인배다운 처신을 보여줄 수는 없는지?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은 이런 정치스러운 처신을 제발 닮지 말았으면 한다,

세월호 침몰이 단순한 사건으로 마무리 될 일이 아니라 안전의식을 비롯한 국가개조의 기회가 되어야 하듯 기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한 사람의 인생역정과 사후 처리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고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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