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언어영역이여/찾아도 답이 없는 수리영역이여/풀다가 내가 지칠 사탐과탐이여/시험지에 남아 있는 문제 하나는/끝끝내 마저 찍지 못하였구나….’ 수능을 앞두고 김소월의 ‘초혼’을 패러디한 수험생들의 시다.
이렇듯 패러디(parody)는 저명작가의 시구나 문체를 모방해 풍자적으로 꾸민 익살스러운 시문이다. 널리 알려진 작품의 문구를 변형 또는 과장시켜 특정 사물이나 사건을 꼬집고 비틀어봄으로써 사람들에게 즐거움 내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는 장치인 셈이다. 과거엔 문자를 이용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문자와 사진, 포스터, 동영상 등 각 이미지가 두루 쓰인다. 이런 것들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다.
패러디는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란 뜻의 그리스어 파로데이아에서 유래했다. 뜻도 단순히 다른 작품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폭로하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디는 하고 싶은 말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고 어딘가에 빗대어 함으로써 비판의 대상과 그것을 대하는 사람 누구나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또 제 아무리 비꼬았다 할지라도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야 하며 그것을 보고 웃음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패러디가 넘쳐난다. 개그코너에서부터 초등학생들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유명연예인이나 방송출연자가 말실수를 하기만 하면 그것을 빗댄 새로운 패러디가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때론 정도가 지나쳐 상대를 괴물이나 무법자로 만들기도 하고 억지로 온갖 상스러운 표현과 낯 뜨거운 표현을 사용, 원래 패러디의 뜻을 훼손시키기도 한다.
과거부터 패러디가 가장 많이 성행하는 곳은 아무래도 정치권이 아닌가 싶다. 특히 영화 포스터 등을 이용한 다양한 패러디사진을 선보이며 풍자와 비판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음료병을 손에 들고 있는 이완구 총리의 비타500 패러디 사진이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어서다. 국민들에게 꼭 이런 식으로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것인지 자괴감이 든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