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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IN사회]결혼시즌 4월, 마음 풍경

 

결혼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신록은 날로 푸르러가고 꽃들은 지천으로 피고 진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웨딩페어를 열어 예비 신혼부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입춘이 두번 있는 ‘쌍춘년’이라 하여 원하는 날짜에 결혼식장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자녀를 둔 보모는 그들대로 걱정이 있고, 예비 사위나 며느리를 둔 부모는 또 그들대로 살림집 마련, 예단, 혼수 등 결혼 비용 문제로 걱정이 많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오포세대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의례가 중시되던 전통시대, 관혼상제는 가문의 전통과 권위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절차와 방법을 철저히 지켜왔다. 시대 변화에 따라 실용화·간소화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혼인은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치솟는 전세에 주변의 이목, 체면의식이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더구나 두 집안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8.9%가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응답했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도 2.0%에 이른다. 우리 국민의 41%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이 차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사람 만나 가정을 이루고 싶은 것은 자연의 이치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자녀의 모습을 보고 싶은 부모의 소망 또한 같다. 신접설림에 부족함 없도록 세간을 장만해 주고 싶고, 남이 하는 만큼은 격식 차려 예단도 보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평균 결혼비용 2억이 넘어서는 현실에서 생각처럼 만만치만은 않다. 한 결혼업체에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결혼준비 만족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70%가 ‘다시 결혼 준비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 하겠다’고 응답했고, 결혼 준비 중 가장 후회하는 품목은 예단, 예물, 웨딩패키지, 혼수용품, 예식장 순이었다.

실제로 부담되었던 예단이나 혼수 등을 양가의 합의에 따라 간소화하여 살림집 마련에 보태기도하고, 부모가 주례를 대신하여 간곡한 속마음을 당부하기도 한다. 서로 부담이 되었던 청첩장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내고, 셀프웨딩드레스· 셀프웨딩촬영도 등장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옛날 《소학》이라는 책에 “혼인에 있어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도이다. 군자는 그러한 마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각각 덕으로 배필을 정하고 재물로 예를 삼아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또 정도전도 “근래에는 혼인하는 남녀의 덕행이 어떠한가는 따지지 않고 일시의 빈부만을 가지고 취사한다.”라 하여 재물을 중시하는 당시 사회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예전에도 금전이 지극한 사랑을 대신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사실 경제적으로 쪼들리다 보면 짜증도 나고, 짜증이 지속되면 사랑에 금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물질이 앞날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재물을 얻는 일은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고 마음은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소학》이나 정도전이 혼인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덕행(德行)은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행실을 말함일 것이다. 혼인 절차가 끝나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역할도 주어지는데 그 역할의 기본이 바로 덕행이다.

결혼식은 사랑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굳은 약속의 현장이며, 행복의 구심점이자 경제활동의 기본 단위가 되는 가정을 이루는 절차이다. 체면이나 지나친 격식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은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전통시대의 절차나 방법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형식은 시대에 맞게 변하는 게 맞고 비용도 현실에 맞게 짜야 한다. 하지만 강조되었던 덕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일은 변함없어야 한다. 다듬어진 내면의 덕으로 새로 주어진 역할을 잘 행해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이, 자녀의 혼인을 앞둔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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