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시 경제부시장 자격요건 중 거주지 제한을 완화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격 요건 중 ‘임용일 현재 인천시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라는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인천에서 거주하는 인물 중에서 경제부시장을 임용해야 하지만 조례가 개정되면 인천 거주 여부에 상관없이 임용할 수 있다. 다만 ‘임용된 경제부시장은 3개월 이내 인천시에 주민등록법상 주소지를 두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임용되고 나서 3개월 안에만 주소지를 인천으로 옮기면 된다는 의미다.
취지는 인재등용 폭을 넓히는데 있다. 우수 인재 발굴시 지역 제한을 두지 말자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지역 제한을 없애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글로벌화 되가는 시점에 지역 제한 조항은 어쩌면 구시대적 발상이다.
거주지 제한 조항이 처음 생긴 시점은 1995년이다. 지방자치제 도입 당시 인천시 정무부시장의 자격 요건은 ‘3년 이상 인천시에 거주한 자’로 제한됐다. 그 뒤 2004년 ‘임용일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자’로 자격요건이 완화됐다. 사실상 지역 연고 요건은 사라져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주지 제한 완화는 여러 가지로 타당한 명분임에 틀림없다.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허울 좋은 명분으로 거주지 제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먼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와 별도로 해당 지역 현안 문제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지역 연고조차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지역 현안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지역 우수 인재의 타지역 누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로의 인재 누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지리적으로 인천이 서울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도다. 여러가지 면에서 인천보다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경제부시장직을 서울에서 활동하던 인사가 차지한다고 지역 우수 인재들이 서울로 가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침소봉대(針小棒大)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역에서 오랜기간 활동한 인사들이 등용될 수 있는 문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실효성의 문제다. 타 지역 인사들은 인천에 오면 한동안 지역 현안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 각종 기관과 단체, 유관기관, 시민단체, 지역 원로 등과 만남도 가져야 한다. 한번 만남으로 유대감이나 신뢰감이 쌓이기는 쉽지 않다. 지역 사회로의 융화는 단시간 내에 이뤄질 수 없다. 인천 출신이면 이 같은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유정복 시장도 인천 출신이지만 김포시장과 행정안정부 장관 등을 거친 터라 인천 지역 현안에 대해 정통하지 못했다. 유 시장은 시장 취임이후 줄곧 지역 현안 파악과 지역 인사들과의 만남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또 취임한 지 9개월이 되가는 배국환 경제부시장도 외지 출신인 터라 아직까지 지역 사회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거주지 제한 완화 추진에 미심쩍은 대목이 있다. 인천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시는 지난해 인천 연고가 없는 배국환 경제부시장을 임용하며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배 부시장은 자격요건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8월 임용일 전 주소지를 인천으로 옮겼지만 임용된 후 한동안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출퇴근했다. 배 부시장은 시민단체로부터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끝에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시가 유사한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재 등용 폭을 넓힌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한쪽으로 치우쳐 우려되는 부분을 못 본 척 하면서 일방적으로 개정안이 추진돼선 안 된다. 경제부시장 거주지 제한 완화가 인천 지역 발전에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 수렴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