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 폭력서클을 수사하겠다며 고등학생 수십명을 경찰서로 불러 조사하면서 학부모나 학교측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은 조사과정에서 수사관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천경찰서는 지난 20일 오후 6시쯤 이천 A고교 학생 33명을 불러 교내 폭력서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지난달 관내 한 모텔방에서 고교생들이 술을 마시고 집기를 부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B고교 학생 27명을 입건하면서 “A고교에도 서클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조사하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고교 학년별 소위 ‘짱’이라고 불리던 학생 3명의 명단을 입수, 지난 19일 오후 학부모 입회 아래 조사를 벌인 뒤 이들에게 “함께 다니는 학생들을 데리고 내일(20일)까지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말했다.
이들 3명을 포함, 1학년 10명, 2학년 11명, 3학년 12명 등 33명은 다음날 경찰서로 자진 출두해 A4용지 1장에 진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해당 학생들의 부모나 학교측에 조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
경찰조사 사실을 전해들은 학부모의 항의를 받은 학교측이 경찰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그제야 경찰은 학교측에 조사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일부 학생은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천서 관계자는 “전날(19일) 학생 3명의 부모와 학교측에 알린 뒤 조사를 했기 때문에 학교측도 20일 조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강압수사와 같은)그런 일은 없었으며 선도차원의 진술서만 받는 거라 진술을 강요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