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4월, 수수꽃다리의 진한 향기가 날리던 그때 공직에 첫발을 들여 놓고 30성상, 변화무쌍한 세태를 겪으며 지나온 과정을 글로 형용하기가 어렵지만 TV 화면에 비춰진 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30여년 후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모습으로 견주어 보면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격세지감(隔世之感)으로 확연히 다가온다.
비록 공직을 떠나지만 앞으로 공직을 이끌어갈 여러분들께 감히 몇 마디 말씀을 남기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봉급은 민간기업의 수준에 못 미치지만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가 되면 퇴근하고 정년이 보장되는 꿈의 직장으로 생각하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았던 직업이 공무원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였지만 공직에 몸담는 순간 그것은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민생문제인 청소, 교통, 소음, 환경위생, 재래시장, 서민경제와 더불어 생활기반인 도로, 건축, 공원, 녹지,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복지, 생활체육, 문화예술 등 전반에 걸쳐 주민의 욕구와 편의를 위해 참견하고 지원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줘야 하는 것이 지방공무원들이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공직을 시작할 무렵인 1980년대 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과도기적 시기였고 봉급수준, 근무환경과 분위기, 복지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하였지만 당시 위정자나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요구하는 개념은 公僕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접하도록 했고 하물며 ‘민원인은 내 부모 형제를 대하듯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時體말로 간과 쓸개를 다 빼놓고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 그것이 바로 공직자로서의 사명이며 의무였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였었다.
그럼에도 2000년대 이전까지는 공직자들에게는 권위주의가 팽배하였지만 나름대로 權威만큼은 살아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권위마저 퇴색되고 法위에 君臨하려는 일부 국민들로 인해 법질서가 무너지고 공무원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단체장이 선출직으로 바뀌고부터는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票를 의식한 일부 단체장들의 애로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민원인의 입장에서 최대한 해결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법을 초월하여 남용하거나 월권하는 逸脫行爲는 사라져야 할 德目이라고 생각한다.
권위가 아닌 권위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공직자들의 자세도 문제지만 법을 초월하여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국민들 또한 의식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 공직자들의 애로는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단체장과 함께 이런 폐단을 근절하여야 하고, 공직 내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개인상호간, 부서상호간, 상급자와 하급자, 동료 간에도 排他的이 아닌 利他的인 思考에 의한 인간관계와 업무가 연계되도록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작금에 연금개혁 등으로 士氣가 저하되고 하는 일도 난관에 부딪히고 승진이 지연된다 하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所任을 다하기 바란다. 내게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가 마지막으로 독백한 말을 항상 되새기며 극복하였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意譯하면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