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 한 가출 소녀의 죽음을 다룬 ‘열아홉 소녀의 사라진 7년’이란 프로를 시청했다. 너무 충격적이고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괴로워하다가, 지난 3월 26일 중학생 가출소녀(14)가 서울의 한 모텔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경찰관으로서 다시 한번 큰 죄책감이 들었다.
위 두 사례를 표면적으로 보면 ‘가출 소녀가 성매매를 하다가 어른들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그 내면을 보면 ‘불행한 가족사를 따지기 전에 우리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작은 관심이 있었다면 어린 소녀들을 살릴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과 자괴감이 든다.
특히 가출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쉼터24시간 상담센터(1388) 등 많은 보호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찌 두 소녀는 낮선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그 수면 밑에 얽혀있는 수많은 다양성에 대한 대응방안과 진정성 있는 고민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약자보호에 소홀히 했던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가출청소년들의 범죄를 커다란 사회문제로 인식하여 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그 중심에 서있는 생계형 성매매 가출소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성매매에 대해서는 처벌 수의에 경중은 있으나 양벌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성매매에 당사자로 지목된 소녀들은 범법자로서의 따가운 주위시선과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아무렇게나 세상에 내던져진다.
이를 막기 위해 성매매 당사자로 지목된 어린 소녀들을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관심의 차원을 넘어 예방과 효율적 사후관리를 위한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유관기관 연계, 합동 통합관리시스템 수립방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