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설관(爲人設官)은 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벼슬자리를 마련한다는 말이다. 민선시대가 시작되면서 각 지자체에는 새로운 자리들이 마련됐다. 시청이나 도청 등 공공기관 내부에도 생겼고 산하 공공기관도 우후죽순처럼 설립됐다. 명분은 민간 전문가의 역량을 도정이나 시정에 활용해 업무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명예퇴직한 공무원을 위한 자리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거를 도운 인사들을 전문성과 관계없이 대거 취업시키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낙하산 인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결국은 자기 사람을 심는 일이 되풀이됐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기엔 ‘낙하산 근절’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기관장이나 사외이사는 직속 감독 부처 출신이나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일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그래서 위인설관의 도구이자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따라서 없애든지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지금까지 유야무야 상태이다.
당선자의 자기사람 심기 욕심도 원인이지만 통폐합 대상 공공기관과 관련된 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비대화 우려 등도 한몫을 한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도 연정 실행위원회가 지난 11일 도의회, 집행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것이다. 협의회는 앞으로 도 산하 공공기관의 조직 슬림화, 인력 효율성, 통폐합 등을 추진한다. 우선 업무내용과 기능 등이 유사한 공공기관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통폐합 대상은 산하 26개 공공기관 가운데 9곳이다. 이 중 업무내용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컨설팅 등 기능이 유사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과 경기복지재단은 경기가족여성복지재단으로,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경기문화재단으로, 경기관광공사와 한국도자재단은 경기관광·도자재단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통폐합도 중요하지만 관료보다 더 관료적인 이들의 체질개선도 이 기회에 추진했으면 한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수원시 등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들은 공무원보다 더 경직돼 있고 창의성도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