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만큼 미식(美食) 마니아층이 두터운 생선도 드물다. 삭혀 먹는다는 특이한 섭취방법도 방법이지만 맛 또한 특별해서다. 홍어는 보통 항아리 속에서 삭힌다. 3~4일, 길면 6~7일 짚과 함께 넣어두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눈이 맵고 코가 싸해 재채기가 날 정도가 되면 잘 삭혀진 것으로 가늠한다.
잘 씹어 넘길라치면 목이 후끈거려야 최고로 여긴다. 이럴 때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 톡 쏘는 맛이일품인데 이런 기막힌 어우러짐을 ‘홍탁’(洪濁)이라 부르기도 한다. 회로 먹던 홍어를 전라도 남쪽 해안지방에서 삭혀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말이다. 흑산 앞바다에서 홍어를 잡아 열흘 넘게 배에 실어 목포나 영산포로 운송하는 동안 신선도를 잃고 부패한 홍어를 우연히 먹고 나름대로 독특한 맛을 발견해 향토음식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영산포구에 있는 나주 사람들은 지금도 삭힌 홍어는 나주가 원조라고 말한다.
전라도 지역이라도 먹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흑산도에선 막걸리 식초에 소금·참기름·쪽파를 더한 초장에 찍어 먹는다. 나주에선 된장에 고춧가루·식초를 섞은 초장에 먹고, 함평·영암 등 내륙에서는 소금만 달랑 찍어 먹는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홍어는 묵은지, 돼지고기를 마늘 쌈장 고추 새우젓과 함께 먹는 삼합이 백미다. 어린 보릿대나 파래, 톳, 시래기에다 홍어 내장을 넣고 홍어탕을 끓여 먹으며 숙취를 푸는데 이 또한 별미다.
홍어가 전라도 음식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요즘은 충청 경상도 할것 없이 전국 어딜 가나 홍어가 귀한 대접을 받아서다. 생산지도 변했다. 지난해 흑산도를 제치고 인천 대청도가 어획량 1위를 차지 했고 그나마 부족한 양은 칠레 등 외국산이 채워주고 있다.
소비가 많다 보니 외국산을 비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얄팍한 상혼도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이젠 .외국산 가오리와 노랑코 홍어의 국내산 행세는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가 감별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참홍어'만의 독특한 DNA 염기서열로 국산 홍어를 감별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비싼값의 국내산 홍어, 속지 않고 먹을수 있게 돼 다행이다.
/정준성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