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통큰 결단을 했다. 임직원들의 임금 인상분을 협력업체에 조건없이 지원키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협력사들에게 처우개선뿐 아니라 안전 및 보건환경 개선에 지원하는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시행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노사 간 2015년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직원들이 임금 인상분의 10%를 내면 회사가 같은 10%를 추가로 내 인상분의 20%를 협력사에 지원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성과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는 있었으나 임금인상의 일정액을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지원하는 제도는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기부하는 대기업이나 혜택을 받는 협력업체나 모두 신바람나는 일이다.
반도체 경기가 좋았다고는 하지만 이같은 기업의 문화는 매출신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공장이 있는 이천시와 청주시에 올 5월 엄청난 지방소득세를 납부했다. 5조1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그동안 한 푼도 내지 않던 법인세분 지방소득세를 이천시에 541억원, 청주시에 381억원을 각각 납부한 바 있다. 두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즐거운 비명을 올렸음은 물론이다. 공장가동의 여건과 기업환경에 대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SK하이닉스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통큰 결단을 했으니 다른 기업들의 향후 움직임이 주시된다.
중소기업은 대다수가 대기업의 협력업체다. 전체 사업자의 99%, 고용의 87%를 차지한다. 하지만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60%에 불과하다. 그마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고용불안이 가중되니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실감은 더욱 커진다. 임금격차와 고용불안은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한 SK하이닉스가 발빠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대책이 무수히 발표됐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토론회도 열렸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은 결렬되고 앞 길이 막막하다.
SK하이닉스는 이 외에도 지역사회와 직접적인 동반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협과 연계해 직원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해 제공할 계획이다. 농가에 연간 100억 규모의 안정적인 소득이 예상된다. 이번 SK가 보여준 ‘상생협력, 임금공유’의 노사문화는 상생의 모델로서 전 업계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