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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자경전-어머니 혜경궁을 위한 건축(上)

 

궁중문학의 백미로 알려진 한중록(閑中錄)은 사도세자의 부인이며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惠慶宮, 1735~1815)이 쓴 작품이다. 혜경궁은 오랜 기간의 궁중생활과 사도세자의 죽음, 큰 뜻을 위해 어린 아들 정조를 시아버지인 영조(英祖)에게 보내는 결단과 정조의 즉위 후 정적(政敵)의 모함으로 친정이 화를 입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근래에 사도세자가 부인이 쓴 한중록의 내용처럼 정신병자인지 아니면 아들이 쓴 사도세자의 행장의 내용처럼 총명하고 똑똑한지에 대한 진정성 논쟁이 사회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각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에 한쪽으로 치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조는 즉위(1776)하자 바로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을 거대하게 개건한다. 또 혜경궁의 거처를 다음해(1777)에 새로 마련하는데, 당호(堂號)는 자경당(慈慶堂, 자경전)으로 뜻은 ‘자(慈)란 자비로운 은혜이고, 경(慶)이란 경사스런 일이 바란다’로, 위치는 창경궁 통명전 뒤 언덕에 있는 위치에 건축되는데 창경궁과 경모궁등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자경전의 건축 관련 자료는 3가지로서 동궐도(1824~?)와 자경전진찬의궤(1827~29년)가 있으며 내용은 2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자경전진작정계의궤(慈慶殿進爵整禮儀軌, 1827)」에는 건물이 일(一)자 평면으로 남향이며 정면 7칸이다, 중앙 3칸은 마루이고 양측 2칸은 방으로 구성되어 궁궐의 일반 침전건물과 같았다. 둘째, 「기축진찬의궤(己丑進饌儀軌, 1829)」과 동궐도는 같은 내용인데, ‘역ㄱ자’의 형태로 기존건물에서 서쪽으로 1.5x5칸을 증축하고, 대문채는 9칸에서 11.5칸으로 증축된 모습이어서 1827년 이후에 증축된 것으로 본다. (동궐도의 제작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자경전을 보면 하한을 1827년 이후까지 볼 수 있다)

즉, 1827년에 제작한 「진작정계의궤」의 도설(圖說) 내용은 정조가 만든 창건기 모습으로 대비(大妃)의 공간이고, 1829년에 제작한 「기축진찬의궤」 도설 내용은 국왕의 연회공간(宴會空間)으로 사용하기 위해 증축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효명세자의 대리청정 기간(1827~1830)에 부왕과 모후를 위해 해마다 공식적 연회를 이곳 자경전에서 하였다. 이곳이 얼마나 좋은 풍경을 가진 곳인지 짐작이 된다.

정조가 재위할 시기 궁궐에 안주인은 3명으로 창덕궁 수정전에 할머니 정순왕후(영조의 계비, 1745~1805), 대조전에 부인 효의왕후(1753~1821), 창경궁 자경전에 어머니 혜경궁이 있었다. 3개의 왕비전인 수정전, 대조전, 자경전의 위계에 대해 동궐도를 참조로 하여 살펴보자. 대조전(왕비전)은 솟을지붕과 가로의 폭이 넓은 마당이 있어 3개의 건물 중 가장 위계가 높다. 그리고 수정전과 자경전은 일반 침전(寢殿) 형태로 마당을 중심에 두고 북측은 본채, 나머지 3면은 행랑각이 있는 비슷한 형식이다. 하지만 마당의 크기에서는 수정전이 자경전보다 2배 정도 길어 행랑각등 보조공간도 그만큼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왕대비전인 수정전의 위계가 자경전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경전이 왕비전에서 위계은 가장 낮지만, 입지환경적인 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곳이다. 언덕에 위치한 관계로 시야가 터져있고, 주변에 수많은 소나무와 대나무로 이루어져 있으며, 뒤편 근거리에는 부용지와 후원이 있어 두 왕비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입지에 건축된 것을 알 수 있다.

「자경전기」에서, “꽃다운 풀에 앉고 무성한 수풀을 그늘로 하니 또한 봄꽃이 향기를 토하는 것보다 낫다. …정원가에 석류꽃 나무를 수십그루 심으니, 하나하나 붉게 익었고 계단 위에 기이한 풀 백여 개를 두니, 그릇하다 기이하고 오묘하다. 심복 더위에도 더운 기운이 침범하지 않는다. 궁녀가 부채를 안부쳐도 자연히 맑은 바람이 옷깃을 씻어준다. 이것이 자경전의 여름 경치다.” 이는 순조가 지은 글로 자경전의 4계절에 대해 쓴 글 중 여름의 일부분이다. 이곳 자경전의 위치가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곳인지를 보여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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