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발목을 잡는 이슈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논문 표절이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학문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며 대부분 출처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쓰기 때문에 도덕적 윤리적으로 크게 지탄 받는다.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에 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표절은 일종의 도둑질이다. 그런데도 생각 없이 당연한 것처럼 남의 것을 베낀다. 우리사회는 이런 문제가 생겨도 너그러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표절 공화국’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미국에선 명문 대학일수록 신입생들에게 의무적으로 표절예방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학생에게도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문정직성 서약에 서명하도록 한다. ‘표절을 할 경우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철저한 예방과 엄한 교육으로 표절의 싹부터 잘라내는 것이다. 프랑스는 한 술 더 뜬다. 학위 논문을 표절하면 5년간 국가시험 응시를 제한하고, 심지어 운전면허시험조차 볼 수 없다.
표절시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아마도 영화·음악 분야가 아닌가 싶다. 표절 가이드라인은 있으나 시비가 끊이지 않아서다. 특히 가요계는 더욱 심해 걸핏하면 소송으로 이어지기 일쑤며 시시비비가 잘 가려지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문학·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신춘문예 당선작인 김명순의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최초로 표절시비에 휘말린 이후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표절이라는 도마에 올랐다. 특히 김동인의 ‘배따라기’, 이광수의 ‘소년의 비애’, 전영택의 ‘천치? 천재?’가 일본 작가 구니키다의 ‘여난(女難)’ ‘소녀의 비애’ ‘춘(春)의 조(鳥)’라는 소설과 닮았다고 해서 한동안 논란이 됐었다.
최근 인기 소설가 신경숙 작가에 대한 표절의혹이 제기돼 문학·출판계가 시끄럽다. 소설가 이응준이 신 작가의 단편 ‘전설’ 중 한 대목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소설 ‘우국(憂國)’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해서다. 국내를 대표하는 유명 소설가가 표절시비의 중심에 섰다는 것, 사실여부를 떠나 우리 소설계의 현실이 슬프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