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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이야기]병문안문화 변화, 방송매체가 주도해주기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아 마음이 무거운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의 메르스사태와 병문안 문화를 연관지은 것을 보고 우리의 병문안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병문안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픈 사람을 찾아가 아픔에 공감하고 또한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인의 정(情)에 기반한 긍정적인 문화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몇몇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약 12년 전 가장 친한 친구가 말기 암으로 힘든 상황에 있을 때인데 마침 긴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떠나기 전날 정성들여 끓인 상황버섯차를 가지고 병문안을 갔다. 그런데 친구는 자신의 흉해진 몰골을 보여주기 싫다며 면회를 거절했고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다. 그 친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기의 예뻤던 모습만 기억해 달라며 마음만 받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출장 중에 비보를 전해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친구의 입장을 먼저 헤아렸다기 보다, 병문안을 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가서 친구를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찜찜한 마음을 떨쳐버리려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우선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인이 입원하면 품앗이 하듯이 병문안을 간다. 나의 부모님이나 자녀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문안 와준 사람들이 입원하면 대부분은 당연히 병문안을 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품앗이문화는 비단 병문안뿐만 아니라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와 같은 가족행사에까지 적용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행사의 당사자는 나중에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문자 이름과 봉투속의 금액을 적어놓고 때에 맞춰 지인들의 가족행사에 찾아간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가족행사가 아니라 의무감에서, 그리고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행사로, 더 많이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오기를 바라는 모습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메르스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 여겨왔던 병문안문화를 비롯하여, 품앗이에 기반한 가족행사들을 어떻게 치르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돌아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우선 병문안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제한하고, 엄격하게 면회시간을 준수하며, 쾌유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의 정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도 전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병원의 간병시스템 또한 비용상의 문제가 있겠으나, 보호자 의존방식을 최소화하고 병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이제는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니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 그리고 사회적 관행으로 안착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겠다 싶다.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문득 호주제의 피해가 커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창일 때, 텔레비전에서 호주제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킨 ‘노란손수건’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돼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을 때가 기억이 났다. 최근에는 요리사가 아닌 보통 남자들이 요리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아빠들의 육아프로그램들이 흥미유발과 함께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마트에 가면 장을 보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방송의 영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육아나 요리와 같이 전통적인 성별역할을 바꾸는 데 이처럼 방송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우리의 병문안문화나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같은 가족행사의 관행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최근 한 유명연예인이 가족들만 조촐히 모여 밀밭결혼식을 올린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신랑 신부가 온전히 행사, 즉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이다. 병문안 문화가 바뀐다면 환자가 안정을 취하고 치료에 전념하는데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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