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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서두를 한 장의 도판으로 시작한다.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가 그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 마디의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확실하게 자신의 뜻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머리와 땅을 나타내는 몸, 그리고 이 둘을 인체의 척추가 연결하는 심오한 뜻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우주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의철학(醫哲學)을 도출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동의보감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조선 의학의 전통을 정리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의서며 세계 최초의 대중들을 위한 의학 서적이다.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도 인정했다. 2009년 ‘한국적인 요소를 강하게 지닌 동시에 일반 대중이 쉽게 사용 가능한 의학지식을 편집한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의서’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처방에 필요한 약재 대부분을 우리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로 소개하고 있어서다. 이름 또한 의원들이 쓰는 전문 이름과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 이름으로 함께 기재해 놓았다. 누구라도 쉽게 약재를 찾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병들어 몸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병이 나기 전에 몸을 보호해야 한다는, 예방의학을 철저히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중시하는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건강과 안녕’이라는 이념을 이미 400여 년 전부터 실천한 셈이다.

임진왜란 중인 1596년부터 만들기 시작 4년 만에 완성, 1613년 내의원(內醫院)에서 목활자로 찍어낸 최초 동의보감 간행본은 총 25권 25책이다.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 5개 분야로 나누어 총 25권 108조로 구성돼 있다. 내용의 대부분은 서양식 첨단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까지도 두루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의학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의보감 목판본이 어제(22일) 국보 반열에 올랐다. 조금 늦은 감은 있으나 잘한 결정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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