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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프리다 칼로의 예술혼

 

다행히도 메르스가 조금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남긴 상흔과 우울감은 금방 가실 것 같지 않다. 사망자가 20여명이나 발생한데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유족들의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메르스로 인해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와중이지만, 역설적으로 상처와 우울감이 가득한 사회를 달래줄 문화예술 콘텐츠가 간절해 보이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소마미술관에서 ‘프리다 칼로’전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다 칼로의 기구한 사연이 영화와 책으로 소개되어 팬들이 많이 형성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이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기대가 남달랐다. 익히 알려진 대로, 프리다 칼로는 학생 시절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여 뼈 곳곳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사고를 겪었다. 극적으로 수술에 성공했지만 불운의 사고는 평생에 신체적 고통을 안겨 주었고, 이후 힘든 수술을 여러 차례 더 해야 했다. 유달리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그녀는 고통에 눈물겨워 하는 자신의 모습도 많이 남겼다.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에서 그녀의 온 몸은 압박 붕대로 감겨져 있고, 수많은 못들이 몸 위에 박혀 있으며, 얼굴에는 눈물방울과 땀방울이 흐르고, 몸속의 척추는 건물의 부서진 기둥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녀의 인생이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잦은 외도로 수없이 상처 입었던 것. 그는 프리다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한 여자에게만 머무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을 살펴보면 남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 ‘우주와 지구, 나, 디에고 그리고 애견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이라는 작품에서 디에고는 덩치 큰 아기 형상을 하고 있다. 프리다 칼로는 아기 모습을 한 남편을 안고 있고, 그 자신은 멕시코의 대지의 여신의 품에 안겨 있으며, 멕시코의 대지는 젖을 떨어뜨리고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티프인데, 이 작품들은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생명의 젖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고통이 커지면 커질수록 작품에서 나타난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 강해진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선이 굵은 눈썹, 멕시코 전통 색채를 고수하는 그녀의 패션 감각이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녀는 보그 파리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었다.) 프리다 칼로가 발산하는 강한 에너지는 단지 그런 외향적인 것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타고난 밝은 천성, 그리고 어떠한 시련에도 시들지 않는 삶의 열정에서 비롯된다. 그녀가 즐겨 그리곤 했던 멕시코의 강렬한 태양과 그 빛을 먹고 있는 탐스러운 과일들처럼 아무리 큰 시련이 와도 프리다 칼로의 영혼은 빛을 발하고 있으며, 그것은 관람자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 뿐인데도 작품 전체에 이토록 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 프리다 칼로가 일생에 겪었던 고통들이 그녀와 그녀의 작품을 이토록 찬란하게 해준 원동력이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서 빨리 메르스가 진정되었면 좋겠다. 더 이상 생명이 처참하게 희생되는 일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겪었던 많은 아픔들이 도리어 더 큰 빛과 힘을 발휘하여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필자는 메르스가 잠잠해지면 오매불망 기다려온 프리다 칼로의 전시회장으로 곧바로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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