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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변화와 고려인삼

 김기홍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장
▲ 김기홍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장

 

몇해 전, TV뿐만 아니라 책과 영화로 제작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이뉴이트족과 북극곰이 삶의 터전을 잃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북극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만의 특산품이던 감귤은 어느새 수년 전부터 남해안 일대에 재배되기 시작했고, 사과 주산지하면 대구를 떠올렸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강원도까지 재배지가 북상하는 등 우리가 모르는 사이 기후변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유엔 산하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를 만들었다. IPCC에서 제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기온상승 등과 같이 기후가 급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 지난 100년 동안 1.5℃ 상승했고, 21세기말에는 5.7℃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작물들은 생산량과 품질 뿐 아니라, 재배지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인삼 역시 기후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작물 중 하나다.

인삼은 약 2조원대의 산업적 가치를 지닌 대표적 약용작물로서 단일품목 수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인삼 재배면적은 1만 6천㏊에 이르며, 연간 2만 2천 톤을 생산하는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품질과 생육이 양호한 호냉성(好冷性) 작물이다. 본래 해가림 시설 내에서 재배할 정도로 빛과 온도 등 재배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작물이지만, 우리나라가 기원인 식물인 만큼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와 자생이 가능한 식물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품종, 재배양식 등 현재의 재배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서 실제 인삼재배에 적합한 면적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계속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온난화에 따라 작기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재배시스템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삼을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고온에 비교적 강한 신품종 개발이다. 또한 지역별 기후에 적합한 인삼 품종을 선발해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

신품종 육성은 파급효과가 크나 인삼의 특성상 품종 육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존에 육성된 우량 품종들 중에서 지역별 기후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해 농가에 보급한다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인삼의 안정적인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재배양식이나 작기에 변화를 주어 고온에서 적합한 재배법과 인위적으로 온도 상승을 억제시킬 수 있는 재배기술 등에 대한 연구 개발도 선행돼야 한다.

‘당신이 느낄 땐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When you feel it, it’s already too late).’

이 문구가 말해주듯이 기후변화 역시 지금도 진행되고 있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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