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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칼럼]이 시대 어르신들을 위해 갖추어야 할 우리들의 인성

 

“어르신은 이 시간에는 못 들어가십니다.”

지난 새벽, 미국에서 손님으로 오신 대학 총장님을 시립수영장에 모시고 갔는데 관리자가 우리를 막아섰다.

“왜 그렇지요? 우리는 먼 길을 왔는데요. 그리고 이분은 미국에서 오셨는데 매일 아침 수영을 하셔서 수영을 아주 잘하세요.”

“그래도 안 됩니다. 규정이 그래서.”

하지만 미국에서 오신 귀한 손님을 그렇게 돌아가게 할 수 없었다.

“그런 규정이 어디 있나요? 한번 봅시다.”

시립수영장 직원은 수영시간 안내 포스터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한 문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작은 글씨로 “새벽시간에는 어르신과 어린이 입장은 불가합니다”라고 적어두었다. 할 수 없이 뒤돌아서는데 왠지 낯이 달아올랐다. 동행한 손님도 한마디를 보태셨다.

“지금까지 내 나이가 몇인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바쁘게 살았는데, 오늘 아침 저분이 면전에서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지적해주는군요.”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즘, 69세이신 그분이 이런 ‘수모’를 겪고 돌아서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OECD는 지난해 발표한 ‘OECD Health Data 2014’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1.3세로, 최근 5년간 1.9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60년쯤에는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이 86.6세, 여성은 90.3세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의학의 발전과 다양한 건강법이 개발되면서 평균 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다.

이렇게 수명이 길어졌지만 어르신이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제한이 많다. 수영장에서 새벽 운동을 제한한 것처럼, 일부 대중목욕탕에서도 보호자 없는 어르신의 출입을 제한해 논란이 일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상의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사실 안전사고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어르신들이 마음 놓고 여가 시간을 보낼 곳은 경로당, 복지회관, 공원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어르신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경제 활동이 제한된 것도 큰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OCE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이다. 국가 사회보장 제도가 열악하고, 자녀의 부양의식도 희박해지면서 어르신들이 빈곤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의 유형과 수는 한정적이다. 일하고 싶은 어르신은 많은데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에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젊은 세대들이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다. 수영장에 갔던 날, 수영장 직원의 태도는 어르신에게 ‘이제 내가 나이가 많아 수영도 마음대로 못하는 구나’라는 좌절감과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상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존경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가려서 할 텐데, 그의 태도에선 그러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이 어르신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배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배려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젊은 세대에겐 어르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관심과 불편한 건 없으신지 잘 관찰하고 보살피는 ‘배려의 성품’이 필요하다.

어르신들은 반세기 이상 자신의 인생을 바쳐 쌓아온 지식과 지혜로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들이 가정과 사회를 위해 흘린 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어르신들의 공헌에 감사하며, 존경받아야 할 분들로 마땅히 배려해야 한다. 그러한 배려가 100세 시대를 앞둔 젊은 세대들이 배워야 할 인성이다. 언젠가 세 살짜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따라 불러 박장대소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노래는 오히려 어르신들이 당당하게 불렀으면 한다. 젊은 세대가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좋은 성품의 문화가 형성되어, ‘내 나이가 어때서’가 진정한 어르신들의 노래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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